2024 21일 루나 디톡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사함명상 에세이 #14
작년 말에 오픈한 동료 요가 선생님의 운동 센터에 놀러 갔어요.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이제 가네요."
"그러게. 벌써 5월이야."
운동 센터를 향해 같이 걷던 예신희 선생님이 대답하셨어요. 신희 선생님은 얼마 전, 스승의 날에 감사함을 전했던 저의 포레스트 요가 선생님이에요. 운동 센터를 오픈한 동료 선생님도, 옆에서 걷고 있는 다른 동료 선생님도 모두 신희 선생님의 제자이죠. 신희 선생님이 수업하시는 곳에서 수련을 오가며 마주치다, 이제는 누구인지도 알고,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때로는 요가 교육 과정을 같이 들으며 친해진 사이가 되었어요. 일하느라 서로가 바쁘니, 약속도 미리 잡아두고 손꼽아 기다렸던 오늘이에요.
운동 센터는 사진에서보다 더 예쁘고 널찍했어요. 운동 센터의 로고 색깔과 꼭 같은 귀여운 연보라 미니 불상을 발견하고, 신나서 사진도 요리조리 찍었죠.
미리 말을 맞춘 것도 아닌데, 푸른색, 흰색, 보라색, 비슷한 옷을 입고 온 게 신기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란 이런 걸까요. 오래 만나지 않고 있었어도 어제 헤어져 오늘 또 만난 것 같고, 점심 메뉴 정하기도 쉽고. 메밀 막국수와 감자전을 먹었어요. 둘 다, 성질이 차가워서 열을 내려주니 더워지는 날씨에 딱이죠. 비빔 막국수는 적당히 매콤하고, 감자전은 갓 만들어 따뜻했어요.
카페에 가선, 요가 수련 때는 나눌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요즘엔 블루베리가 맛있더라, 오이를 얇게 잘라서 밥에 식초를 뿌려 초밥처럼 비벼 먹으면 그것도 간단하고 맛있더라. 블루베리 레몬 머핀을 만들 때 레몬 껍질로 제스트를 많이 내면 향이 좋다...
그러고 보니 점심을 먹고 나서도 음식 얘기를 꽤 많이 했네요.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끼리라 그런지, 음식 얘기도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아! 신희 선생님이 쿠키를 사주셨는데, 쿠키도 막 구워져 나와서 엄청 맛있었어요. 겉은 바삭하고, 안은 구이(gooey)하고. 모두 영어를 쓰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영어로 적당한 말이 생각날 땐 영어로 말해도 돼서 편하기도 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많은 것들을 관찰했어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 공간, 신희 선생님과 동료 선생님들의 표정, 목소리. 이야기를 경청할 때 말하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들이 따뜻했어요. 높거나, 낮지 않은 목소리에 귀가 편안했고요. 때로는 이야기가 끊어져도, 어색함에 말을 급하게 이어가려고 하지 않는 것도요. 꼭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야만, 마주 본 채 계속 웃고 있어야만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건 아니니까요. 서로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으니, 말하지 않아도 편안한 사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나른하니 졸려질 때쯤 카페에서 나왔어요. 운동 센터도 운영하고, 살고 있기도 한 그 동네를 잘 알고 있는 동료 선생님 덕분에 맛있는 음식점, 한적하니 좋은 카페를 알게 됐네요. 같이 식사하고,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을 뿐이지만, 마음이 정으로 두둑해져서 돌아왔어요. 언제 만나도 좋은 사람들. 말해도,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람들이에요.
"좋은 사람들이랑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좋아요."
운동 센터에 같이 놀러 가자고 해주었던 동료 선생님이 말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죠.
"저도요. 좋은 사람들을 찾아다녀야 해요!"
이렇게 시간 내어 찾아다니고 싶은 사람들이 삶 속에 있다니. 그 사람들이 내게 흔쾌히 시간을 내어준다니! 모인 모두가 즐거워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니,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오늘 하루, 여러분들은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셨나요?
좋은 사람들과 보낸 좋은 순간이 있었는지 떠올려보세요. 오늘 중에 없었다면, 사흘, 일주일, 한 달 안에 있었는지 찾아보셔도 좋죠.
그 사람들 덕분에 어떤 기분으로, 어떤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지 다시 한번 찬찬히 음미해 보세요.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람으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셨을 여러분,
모두 평온한 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