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 아래의 낙엽과 매자 혹은 가을

나뭇잎이 점점 물들어감에 따라 가을도 깊어가나 봅니다. 어느 가을 아침의 하늘은 파랗고 흰 구름은 바람처럼 흩어지고 있습니다. 약간 쌀쌀함을 간직한 가을바람은 계절을 재촉하는 듯합니다.     

지난봄에 진한 분홍의 꽃이 화사했던 겹벚꽃 나무는 이제 물들어가는 잎들을 자랑하네요. 그런데 잎은 벌써  꽤 많이 떨어져 낙엽이 되었고 드러난 가지는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직 남아 있는 잎들이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게 해 줍니다. 하나둘씩 떨어지며 쌓여가는 낙엽들은 걸을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는군요.      

겹벚꽃 나무의 아래에서는 다양한 색깔로 물들어가는 매자나무가 산들거리고 있습니다. 갸름한 모습을 한 빨간 열매들은 이제 단단한 느낌도 듭니다. 이 나무 저 나무, 이 가지 저 가지마다 물들어가는 잎들과 붉은 열매들이 멋진 모습입니다.       

산들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긴 가지의 빨간 열매가 붉은 잎과 함께 다가옵니다. 왠지 고운 한복을 입은 그녀가 그윽한 미소와 함께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듯하네요. 산책자도 반갑게 마주하며 인사를 건네봅니다.     

다양한 색깔의 잎들과 빨갛게 익은 열매들이 그늘에서도 반짝이며 살랑입니다. 왠지 가볍게 춤을 추는 듯도 하네요. 화려한 한복을 입고서 그녀들은 부채춤을 추는 것일까요? 아니면 화관무일까요? 가을 햇살을 받으며 겹벚꽃 나무의 낙엽들 위에서 하늘거리는 그녀의 뒷모습도 멋지네요. 아마도 춤을 추고 있어서 더 그런 것이겠죠?     

이제 아침 햇살이 조금씩 다가오네요. 뭔가 고즈넉한 모습으로 사색에 잠겨있는 듯한 그녀도 만나게 됩니다. 화사한 햇살은 잎도 열매도 비추며 조금씩 다가오는데, 그녀들은 점점 더 빨갛게 빛이 납니다. 단단한 가지와 잎새를 뚫고 내려오는 햇살은 그녀들의 얼굴을 간지럽히는 가 봅니다. 왠지 붉게 차려입은 세 자매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화사한 햇살은 붉은 열매에 닿자 하얗게 부서지고 매자는 더욱 빛이 납니다. 깨끗하고 선선한 아침 바람이 함께하니 그녀들은 더욱 상쾌한가 봅니다. 붉은 열매에서도, 여러 가지 색감의 잎들에서도 따뜻한 느낌이 납니다. 가을 햇살이 그녀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듯합니다.     

     

햇살이 가득한 가을의 정원에 앉아 산들바람에 가볍게 춤을 추고 있는 그녀들의 멋진 모습을 보며 음악을 들어봅니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의 멜로디가 샤론 캄의 호흡에 따라 부드럽게 퍼져가네요. 붉은 매자는 계속해서 춤을 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산책자의 마음도 흔들립니다.       

이제 하늘은 점점 밝아지며 밝은 햇살은 겹벚꽃 나무의 잎에도 내려옵니다. 하늘은 더욱 파랗게 보이는군요. 주황색으로 점점 물들어가는 겹벚꽃 나무의 잎새는 다양한 색감을 보여줍니다. 바람에 흔들려도 잎맥은 선명하군요.     

밝게 번져오는 햇빛은 그녀의 긴 가지에도 내려앉으며 그대로 풍경이 됩니다. 부드러운 햇살은 갈색 잎에도, 붉은 열매에도 스며들며 투명한 느낌마저 들게 해 주네요. 진한 자줏빛으로 물들어가는 잎사귀에서도, 그 아래에서 살짝 모습을 감추고 있는 열매에서도 왠지 바람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잘 익어가는 가을을 바라봅니다. 자유롭게 뻗어가는 가지마다 각각의 색깔로 물들어가는 잎들과 붉게 익어 반짝이는 열매들 자체가 가을인 듯도 하네요. 그런데 매끈한 피부에 난 저 상처는 어찌 된 일일까요? 설마 주체하기 힘든 정열이 스스로 터져버린 것은 아니겠지요?     

가을의 색깔은 이런 것인가 봅니다. 마치 불이 난듯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가벼운 탄성이 나오네요. 만지면 뜨거울 듯도 합니다. 밝은 햇살과 낙엽이 가득한 가을의 정원은 매자들이 있어 더욱 화사한 느낌입니다. 그녀들의 양해를 얻어 대화에 동참해봅니다. 그녀들은 어떤 가을날의 동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나 봅니다. 

     

가을 햇살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들은 이제 보석이 되네요. 아니 뜨겁게 익어가는 가을이 되었네요.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도 오히려 뜨거운 정열을 더해가는 듯한 매자들입니다. 이 가을에 곱디고운 그녀들을 볼 수 있어 얼마나 즐거운지요.      

환한 햇살에 웃음소리가 커져가는 그녀들과 함께 음악을 한곡 더 들어봅니다.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가 어떻냐고 묻자 그녀도 좋아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