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색깔의 단풍 그리고 낙엽
여기저기 단풍이 들어가는 풍경에는 깊어가는 가을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벌써 늦가을의 느낌도 드는군요. 색색으로 물들어가던 나뭇잎은 벌써 떨어지기도 합니다. 잔잔한 바람에 한 잎 두 잎 여유로운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기도 하고, 조금 세찬 바람에는 우수수하는 소리를 내며 춤을 추듯 날아가기도 하네요. 하지만 여전히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밤새 가랑비가 왔는지 아니면 이슬이 내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땅은 조금 젖어있습니다. 약간의 습기가 배어있는 아침 공기는 촉촉하고 나뭇잎들은 더욱 깨끗하네요. 멀리 햇살이 점점 번져오는데 붉은 단풍잎은 스스로 빛을 내며 타오르는 듯합니다. 바람에 불꽃이 휘날리는 듯도 하고요. 가까이 봐도 그렇고 조금 떨어져서 봐도 여전히 불길이 번져가며 화사하게 타오르는 듯합니다. 단풍나무가 다 타버리면 어쩌죠?
단풍나무 아래에 서서 물들어가는 잎을 올려다봅니다. 빨갛기도 하고 아직 초록이기도 한 잎들이 파란 하늘에 가득합니다. 노랗기도 하고 주황으로 물들어가기도 하는 단풍잎 사이로 들어서니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것은 바람의 소리인가요 아니면 단풍의 노래일까요?
붉은 잎새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마저 붉은 느낌입니다. 점점 물이 드는 단풍잎은 왠지 햇살을 머금으며 익어가는 듯도 합니다. 이곳의 단풍나무에서는 붉은 잎들이 쏟아지는 듯합니다. 이쪽은 아직 그늘이 졌지만 붉은 색감만은 화려하네요.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도 한가롭게 살랑입니다. 밝은 햇살과 바람을 맞고 있는 초록의 단풍에서는 어떤 울림도 느껴집니다. 바람에 살랑이는 붉은 홀씨는 왠지 여유 있는 모습입니다. 이제 잘 여물었으니 느긋하게 날아갈 때를 기다리고 있나 봅니다.
바람에 살랑이며 약간 서늘한 느낌도 드는 가지 사이를 올려다봅니다. 어떤 자연의 추상화를 보는 듯도 합니다. 마치 물들어가는 작은 잎들이 잘게 부서지며 파란 물에 퍼져가는 듯도 합니다. 단풍 아래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뭔가 고즈넉한 모습이네요. 역시 가을은 사색의 계절인 듯합니다.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은 벤치에 앉으니 따뜻합니다. 붉게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바라보니 더욱 그런 듯합니다. 이제 햇살은 점점 밝게 번져오고 단풍은 조금 더 밝아집니다. 하늘에 가득한 다양한 색깔의 단풍잎이 하늘거리며 쏟아지고 있습니다.
단풍이 드는 것은 나무들이 이제 겨울을 준비한다는 뜻이겠지요. 그렇게 추운 겨울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살아갈 듯합니다. 그리고 낙엽은 나무의 뿌리를 보호하고 영양을 더해가게 되겠지요. 그리고 뿌리로 스며든 낙엽은 시간이 흘러 봄날의 새순으로 돋아날 것입니다. 스스로 에너지를 순환하는 나무들의 전략이 신비합니다.
겹벚꽃나무는 주황으로, 느티나무는 노랗게 그리고 물들고 감나무 잎은 붉은빛으로 물들어갑니다. 파란 하늘 아래 산들바람을 맞으며 각자의 멋진 색깔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벌써 낙엽이 지기도 하는군요. 햇살이 비쳐오는 정원에 그리고 작은 연못의 물 위에도 낙엽이 가득합니다. 연못 주변에는 갈대들이 흔들리는데 가을 하늘이 담겨있는 물 위에는 붉고 노란 나뭇잎들이 한가롭게 흘러 다니고 있습니다.
가을은 다채로운 색깔로 단장하는 멋쟁이 인가 봅니다. 이제 매자의 잎들도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들어가고 빨간 열매는 그 사이에서 예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잎들과 빨간 열매 그리고 뾰족한 가시가 있는 단단한 가지들이 멋진 자태를 보여줍니다.
밝은 햇살은 붉은 단풍잎에서 반짝이고 하나 둘 낙엽이 지는 벤치에는 뭔가 포근함이 배어있습니다. 톡 톡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어봅니다. 먼 하늘에는 불어오는 바람결도 느껴보며 먼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을 느끼며,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2악장 라르고를 카라얀이 지휘하는 빈필의 연주로 들어봅니다. 잉글리시 호른이 연주하는 낭랑한 멜로디가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마음에 스며듭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 악기의 멋진 멜로디는 또한 반짝이는 기억과 함께 내일을 생각하게도 하는군요. 그런데 아직은 들어야 할 힘찬 4악장이 남아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