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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샘 Sep 20. 2023

삼춘기, 사춘기 갱년기가 충돌한다면

무허가 인생 상담소 힐링 미용실

 퇴근에 걸리는 시간 20분.

 4통의 부재중 통화와 1통의 메시지가 뜨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확실하다. 문자를 열어보니 우리반 학부모가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통화를 원한다는 행정사님의 연락이었다. 연락처를 누르니 공격성이 있어서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준호 엄마였다. 순간 퇴근길에 방과 후 교사가 전해 준 “선생님, 귀가하지도 시간에 태율이가 준호를 물었대요. 준호를 보니 상처가 깊지 않아서 달래서 통학 버스에 태우기는 했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상황을 알아보지는 못했어요”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머님 운전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준호가 친구에게 물려서 울면서 집에 왔어요”

“많이 다쳤나요? 병원에 가야 할까요?”

“병원 갈 정도는 아닌데, 울면서 온 적이 없었는데 울면서 오기에 속상해서 무슨 상황인지 궁금해서요.”

“저도 퇴근하며 들었는데 상황을 잘 몰라서 방과 후 선생님과 통화하고 연락할게요”

상황은 통학 버스를 타러 한 줄로 서서 차례로 신발을 가져오고 있는데 선생님은 다른 친구의 신발 신기를 돕고 있었고, 뒤에 있던 준호가 갑자기 태율이가 물었다며 상처를 보여 주었는데 깊은 상처가 아니라서 태율이가 사과하고 같이 통학 버스를 탔다고 한다. 통학 버스에서 2차 대전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자기만 친구를 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에게 물린 것이 억울했는지 교사와 3자 면담이 이루어져야 할 상황이었다. 줄을 서는 시간에 늘 오른손으로 친구를 막고 자신이 먼저 신발을 들던 준호의 모습이 떠올랐으나 보지 않는 상황을 예전의 행동에 비추어 보고 짐작할 수는 없었다.

준호는 학기 초부터 공격성이 있어서 친구들을 때리고 놀려서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은 유아였다. 보호자들은 내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니 준호와 같이 못 놀게 해 달라고까지 하였다. 보호자들이 교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으나 자녀에게 이야기했는지, 어느 날 태율이가 “선생님 나도 준호가 때리면 더 세게 때릴 거예요. 왜 나만 매일 용서해 주고 참아야 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맞는 말이었으나 “태율아 우리가 함께 놀다 보면 생각이 달라서 서로 다툴 수 있어. 용서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배우는 곳이 유치원이야. 어떤 상황에서든 다른 사람을 때리면 안 돼요.”라고 하였다. 미운 일곱 살이 교사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면 당연히 다툼이 없겠으나 그러기에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시기이다. 그래서 삼춘기라고 한단다.     

 유치원에는 학기별 1회의 개인 상담과 학부모 단체 상담, 수시 전화상담이 이루어진다. 유아 개개인의 성장 정도를 보호자와 교사가 함께 이야기하면 알 수 없는 끈끈한 연대를 확인하고 서로 행복하였다. 그러나 두 유아의 다툼으로 상담하게 되는 경우 유아들을 화해시키는 것보다 보호자들을 이해시키기가 너무 힘들어서 지칠 때가 많았다. 솔로몬의 지혜를 어떻게든 배워야 하는 것이 유치원의 상담이다.     

  최고의 상담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에도 상담 핫플레이스가 있다. 7살에서 70살까지 손님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20년 된 힐링미용실이다. 식 키우기가 취미라는 원장님은 미용실 앞에 가시가 큰 선인장은 뒤쪽에 키가 작은 다육식물은 앞쪽에 배치하여 정원을 꾸며 놓았다.

“미용실도 혼자 하시는데 식물까지 키우려면 어려우시지요?”

“볼 때마다 좋은데 뭐가 힘들어요? 손님들도 좋아하고요. 내도 이야기할 데가 필요하고요. 

나 혼자 키우는 것도 아니고, 햇살이, 바람이 함께 키워요.” 원장님이 머리 자르다가 득도하셨는지 손을 움직이며 대답하였다.

 10년 넘은 단골인 나도 미용실에 오는 손님들의 가정사를 직접 간접적으로 들어서 대부분 아는 이들이다. 매월 같은 날 염색하러 가면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고민을 듣게 된다. 동네 멋쟁이 준석 엄마가 큰아들이 이유 없이 자퇴를 선언해서 열받는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유 없다는 것은 엄마의 입장이고, 어떻게 해서라도 고등학교는 마치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아들을 키워 본 선배로서 안타까움에 동감했다.

“자퇴하면 하고 싶은 것은 있데요?” 내 질문에 

“말을 않는데 어떻게 알아요. 학교 다니기가 왜 싫다는 거야, 부모가 어떻게 벌어서 가르치는데 호강에 겨워서 까부는 거지요.”

“준석 엄마야! 준석이 말도 들어봐라. 이유 없이 그럴 애가 아니야!” 어려서부터 봐 온 미용실 원장님이 준석이 편을 들었다. 

사춘기라고 생각이 없을까?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학교 공부가 가치 없다고 느껴질 준석의 인생은 얼마나 참담할까? 그런 자녀를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더하면 더 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야야, 자식 사춘기 방황만 끝나면 자식 걱정 안 할 것 같지? 대학 가고, 시집가도 엄마의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 단골 중 왕언니 정 여사가 한마디 거든다. 

“말이라도 하고 나니 맘이 시원하네요. 준석이랑 얘기해 봐야지요” 눈물 글썽이는 준석 엄마도 들은 우리도 자신을 위해 최선의 선택할 준석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공감과 이해의 무허가 상담소 힐링미용실.

 상담이라는 것이 교육기관이나 전문 상담사와만 해야 하는 것일까? 다육식물이 정원이 있는 미용실 상담실은 어떠하리! 미용실에 다녀온 날 일기를 시로 남겨 보았다. 


          

이게 이해가 돼?     

미시족으로 통하는 준석 엄마

중2, 고1 아들들의 행동을 

미용실 원장에게 하소연하다가 

개새끼로 마무리하며 긴 생머리를 싹둑,

푸석한 머리카락이 흩어진다.

     

젊은 날 부부싸움 나면 칼부터 들어

남편 기죽이기로 유명한 정 여사

시집간 딸 며칠 묵고 간 지난주

거침없이 남편 핀잔하는 딸을 보고서

사위의 편들며 딸에게 눈 흘기고

그날 밤은 측은 한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단다

동글동글 파마가 잘 나왔다며

거울 속에서 눈물이 글썽인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파뿌리를 다시 검은 머리로 염색하며

머리가 아닌 몸으로 새기는 세월, 두려워진다.

늙어가는 젊음을 사랑할까 봐      

     <두려워진다>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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