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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샘 Oct 15. 2023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일락 잎이 쓰디쓴 이유 

 어린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유아들의 유치원 생활에 궁금한 것이 많다. 유치원에서 보내 주는 놀이 평가서나 활동사진이 있지만, 유아들의 생활을 늘 궁금해한다. 유치원에서는 정기적인 학부모교육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학부모 참여 수업과 공개 수업을 한다. 또한 학생의 성장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학부모와의 연계 교육이 중시되고, 더 나아가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라는 지역공동체와 연대도 활성화되고 있다. 

 당진시의 삼선산 유아 생태숲 놀이, 시보건소의 구강 교육과 헬스 누리 건강교육, 당진시립도서관의 책 버스 유치원 방문 등 마을 학교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참가자의 만족도가 높았고 의미 있었던 교육공동체의 참여 수업이 있었다.

행정구역이 당진동이지만, 시내 외곽의 농촌 마을에 있는 유치원에서는 해마다 마을 어르신들 초대의 날이 있다. 유아들과 어르신들과의 만남으로 진행되었는데, 2022학년도는 교육지원청의 마을과 연계한 교육 사업에 선정되었고, 마침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교육공동체가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마을 잔치를 열 수 있었다. 

 전통 놀이를 주제로 체험 부스 10여 개, 떡메치기, 보건교사가 운영하는 어르신들 건강검진 부스, 떡과 함께 마실 수 있는 음료 제공을 위해 커피 트럭도 불렀다. 

 이날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음료 대금이 운영비로 지급됨을 모르는 학부모가 음료 줄에 있다가 계산 시간이라도 단축하려 커피차에 있는 계좌로 커피값을 계좌이체를 한 것이었다. 

 황당한 에피소드는 마을 어르신들이 유아들과의 전통 놀이 체험이 힘들어서인지 놀이 부스에는 가지 않으시고, 건강 체크 부스에 모두 모이니 책상과 의자를 갑자기 더 꺼내고 원감 선생님께서 보건 선생님의 보조자가 되어 어르신들의 혈압을 측정하고 상담까지 하는 무자격 의료 행위를 해야 했던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글을 모르시는 어르신이 기념품 부스를 찾지 못할까 걱정하던 행정사님이 어르신들의 기념품을 일일이 챙기는 모습도 행사 담당자로서 고맙고 보람 있었다.      

2023년의 학부모 참여 수업은 자연 놀이를 주제로 진행하였는데, 나는 기린숲에서 산책을 진행하였다. 라일락 나무 앞에서  

“부모님께 내는 퀴즈입니다. 이 나무의 이름을 아시나요?” 대답이 없었지만 한 분이 

 힌트를 달라고 요청하셨다.

“예 꽃은 주로 보랏빛이고, 향기가 좋아 향수의 재료가 됩니다.”

“음 혹시 라일락”

“정답입니다. 이따가 가실 때 꼭 샌드위치 간식 두 개 가져가세요.”

“지금까지는 몸풀기 퀴즈고 진짜 퀴즈는 라일락의 꽃말은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에

“첫사랑요.” 알고 있는 진수 엄마가 정담을 외쳤다. 이분도 샌드위치 두 개.

“이제 난이도 최상급의 퀴즈입니다. 라일락의 꽃말이 왜 첫사랑일까요?”

학부모들의 황당한 질문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정해져 있는 꽃말이 아닌가? 그때 다희가 “선생님 정답이 뭐예요?”

“다희가 궁금하다는데 다희 아버님도 궁금하세요?” 참여자 대부분인 엄마들 속에서 쑥스러워하는 다희 아빠를 나오시게 하여 “이 라일락 잎을 어금니로 꽉 깨물어 보세요”라며 잎을 접에서 건넜다. 다희 아빠의 일그러진 표정으로 보고 참여자들은 라일락 잎이 매우 쓴 맛임을 짐작하였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아픔이 라일락 잎만큼 쓰디써서 꽃말이 첫사랑이라고 합니다.” 학부모들이 동감으로 머리를 끄덕일 때 갑자기 경원이가 손을 들며 

“선생님! 저 선생님이랑 결혼할래요. 선생님이 내 첫사랑이에요.” 경원이 엄마를 빼고 여러 엄마가 박장대소하며 경원의 첫사랑을 응원하였다. 나는 

“경원아! 엄마랑 더 상의해 보세요, 경원이 어머님! 저 며느리로 어떠세요?”라고 말하자 경원이 엄마도 웃으며

“우리 경원이가 매일 선생님이 좋다고 하더니 찐 사랑인가 봐요” 하였다.

 라일락을 배우는 학부모 참여 수업은 경원의 믿고 싶은 거짓말로 더욱 즐거운 수업이 되었다. 물론 한 달도 지나기 전에 경원의 첫사랑은 우리 반의 똑순이 수인이로 바뀌었다.

경원이에게 잠시 첫사랑이었다가 자연스럽게 이별했던 나에게도 첫사랑의 설렘이 있었다. 내가 졸업한 여고가 있는 금강 변 연미산의 웅녀 이야기를 시로 남겨 두었다. 


         

붉은 단풍 그림자 담고 

굽은 강물 소리 물안개로 피는

금강가 산책로

직립보행, 맨발로 걷는 선선한 자갈길

발바닥에 스미는 온기     


그녀가 먼저 다녀간 게다     


동굴에 숨어 새끼를 낳고

햇살로 목화 길러 솜이불 짓고

삭정이 바람 섞어 밥 지으며

불안한 세월 강물처럼 흐르면

새끼들도 사랑도 산처럼 커져

당신 살던 세상 잊을 줄 알았는데

찰나의 안심을 모른 척

강물 따라 떠난 당신 잡지 못하고 

그대가 닿는 세상을 찾아 몸을 던진 죄

아침마다 연미산을 내려와

곰 여인이 물그림자로 강을 건너

어슬렁거리는 이유일 거다     


나도 가만히 어슬렁거린다.     


     <곰나루에서>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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