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달이 될 때
비 오는 숲으로 가요
아름다움이 뭔지 몰랐으므로
당신의 나무를 양팔로 안을 때
숲이 완성되겠죠
진주는 조개 속에서 무덤을 키우면서
둥글고 거대한 두 봉우리에 파묻힌
나무에게
이젠 쏟아지는 폭풍을 겁내지 말라고
손가락 끝에 있는 무성한 정원으로
죽은 새를 간직해 온 부리
뱀의 혀가 우리들의 목을 감싸며
이 전쟁의 끝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밤을 달리는 말발굽과 신음하는 장미
나무가 달이 될 때
나무에서는 물이 마르죠
더 이상 단단하지 않을 때
풍성해진 머리카락이 허벅지를 감고
다시 태어날 수도 있겠어요
입 안에 고이는 바다를 삼켜요
전쟁은 이미 태양이 시작했잖아요
엉켜있는 빛에서
다른 생이 기다리고 있어요
가늘고 긴 생이 바뀌는 순간
남과 여가 바뀌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