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가장 가까운 위치까지 왔다는 것을
송진 냄새가 납니다.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얼마나 엎드려 있었는지 모릅니다. 바다 이끼처럼 고요한 날에도 가끔은 피비린내가 났어요
물고 뜯는 싸움은 전생이나 이생이나 아주 흔한 일이죠. 동네 싸움 구경하듯 놀라지도 않습니다. 바닥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먹이를 주워 먹으면 되지만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들소처럼 뛰어다니고 싶어요. 검은 얼룩무늬를 하고 허벅지 근육을 자랑하는 표범도 좋겠죠.
아침이라고 다를 건 없어요. 깊은 심해에는 소문도 없죠. 고요히 물살에 몸을 맡기면 근육이 필요 없어요. 계절마다 꽃을 피워야 하는 의무감도 없고요. 흙을 위해 바람을 데려오고 비를 뿌려야 하는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죠.
소나무였는지 모릅니다. 등에 붙은 단단한 껍질과 거친 발바닥이 나뭇잎처럼 가볍게 바닷속을 유영해 보면 알아요. 어둠만이 존재하는 일상이 빛과 가장 가까운 위치까지 왔다는 것을. 매일 반복되는 파도가 푸른 초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어린 새순처럼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면 해초들이 무성한 잎을 펼치며 속삭입니다.
아가야, 가장 깊은 숲이 되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