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벽돌 빼기

환대할 수 없는 순간 앞에서

by 최규리

벽돌 빼기



최규리



“그림자를 세우면

벽돌을 하나씩 주겠어요”

표지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림자를 세우려고

북적였다

다른 방향으로 걸었지만

달라붙은 그림자를 붙들고

뜯어내려는 사람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벽돌은 받아서 뭐 합니까?

그림자는 투명해요


유기된 아기가 벽돌처럼 배송된다

기쁜 손가락들이 장벽을 제치고

달려가는 불빛들


울지 않는 것이 없는데

환대할 수 없는 순간 앞에서

뭉쳐지는 기억들


과거를 향해 쌓여 갔다

그림자를 흔들며 줄을 선다


머무르지 못하는 봄 앞에서


장례 차량들이 번호표를 받아 들고

달걀이 깨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싸울수록 단단해지는 춤

빈틈없는 날들

각진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니 벽돌을 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