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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리 Oct 29. 2024

사물도 그랬습니다

문고리를 잡고 

사물도 그랬습니다


최규리



지하에는 금빛 부엉이와 

황금색 해바라기가 몸을 비틀고 있다

끌어당길 수 있는 만큼의 표정으로

그 길에는 인형을 안은 여자아이가

문고리를 잡고 있다

아무도 열지 않는 정오에

피아노를 친다

흑백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만큼

노크를 한다

뱀과 지렁이는 곱게 자라서

손을 쓸 수 없게 됐지

다리가 없는 동물들은 재활 중이다

집을 비워두고

사물로 간다

내부는 호명하는 만큼의 지시어로

단정하지만

전설의 이야기와 닿을 수 없는 소문들

나는 사물을 하려고 했지

이 길에는 아무도 없지

흰색의 털이 자라는 나무 인형과

문고리를 잡고 있다

희고 하얀 발은 집을 잃지

소리 없는 눈물과 밤바다는 

사물을 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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