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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리 Oct 29. 2024

파충류들의 밤

균형이 필요한 순간

파충류들의 밤



최규리




이대로 유리 상자에 들어가도 좋겠어요

길고 갈라진 혀로 유리벽을 핥으며

차갑고 매끈한 발이 되려고


태양은 오는 것이 아닙니다

폭죽처럼 터지는 공포로부터


네 개의 다리와

푸른 눈동자로

최후의 온도는 남겨둡니다


당신이 변하듯

나도 변할 때


바닥에 엎드려 진동을 느낍니다

공기를 감지 합니다

따뜻한 눈사람은 없는데

자꾸만 따뜻하게 느껴지는

당신의 눈썹을


가슴으로 핥으며

녹아내리는 유리벽을 감싸안아요


푸른 눈썹의 달에 초대합니다


균형이 필요한 순간에

꼬리의 위기는 도사리고 있죠


검은머리비단뱀처럼 따뜻한 계절에 

우리가 오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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