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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초이 Jul 13. 2022

수제 장난감 만들기

[신비의 도로의 신비]

제주에 지내면서 가장 비싸다고 느낀  배송비다. 특히 2600원짜리 카샤카샤* 사기 위해 배송비 3000원을 지불해야   그렇다. 꽥꽥 소리 지르는 닭이나 뼈다귀 같은 강아지 장난감이라면 차고 넘치는  고양이 구미에 당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럴  유튜브를 검색하면 ‘네가 그런 고민할  알고 이런 영상을 만들었지’라고 속삭이듯 선배 집사 영상이 나온다. 그중  유튜버의 수제 카샤카샤를 만들기로 했다.


준비물은 구하기 쉬웠다. 기다란 막대 혹은 막대처럼 이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와 흐물흐물 거리지 않는 비닐, 그리고 바늘과 실이면 된다. 난 굴러다니는 튼튼하고 가느다란 나무 가지를 하나 줍고, 빨간 포장의 스윙칩 하나를 완봉한 뒤 가운데를 갈라 내부를 깨끗하게 씻었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우선 과자 봉지를 꽃잎 모양으로 자른다. 길이는 엄지 손가락보다 길기만 하면 된다. 꽃잎 봉지가 4~6장 정도 나오면 부채처럼 가운데를 겹쳐 펼쳐 놓고 꿰매면 된다. 중요한 건 실이다. 대략 1미터 정도 남겨두어야 꽃잎 봉지들이 막대에 매달려 매혹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실이 지나가 커져버린 구멍까지 테이프로 꼼꼼하게 봉해 생애  카샤카샤를 만들었다.   흔들어보니 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고양이이런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좋아하는구나. 계속 흔들며 놀기엔  무거운 편이지만 장난감 테스트론 나쁘지 않다. 카샤카샤를 흔들며 신비에게 달려갔다. 신비야! 언니가  위해서 이런  만들었어. 좋아해 줄 거지? 이걸로 같이 놀면 너무 재밌겠지? 하는 기대는 우수수 무너졌다. 눈앞에서 아무리 카사카샤를 흔들어도 신비의 시선은 저 너머에 있었다.


1시간의 기대가 안개처럼 사라지려는 순간, 신비 뒤에서 카샤카샤를 따라 누군가 고개를 흔들었다. 항상 제일 먼저 밖으로 나와 신비 옆에  붙어서 신비 밥을 먹는 통통한 아기 고양이였다. 아직은 나를 무서워하는 터라 커다란 구멍이 뚫린 까만 농업용 비닐 뒤에 숨어 바라보기만 했다.  구멍 속으로 장난감을 던졌다. 그리곤 마치 작은 벌레가 눈치를 보며 움직이듯 사알살 잡아당겼다. 아기 고양이가 놀래키듯 엇박으로 앞발을 , 내디뎠다. 정수리 위로 핀라이트가 떨어지는 것처럼 드디어 주목을 받은  같았다.


그래, 실망하긴 이르다. 아직 아가들이 남았다. 통통이가 반응을 보이자   번째로 나와 눈치 보며 밥을 먹던 홀쭉이가 등장했다. 하얀 장갑을  것 같은 앞발이 귀여운 아이였다. 언니가 노는  보니 안심한 듯 카샤카샤를 잡으려고 점프를 했다. 착지까지 완벽했다. , 아기들의 반응에 눈물이   같았다. 그렇게  아이랑 10 정도 놀고 있다 보니 구석 간이 천막 밑에서 발들이 하나  모이기 시작했다. 천막 밑으로도 수차례 카샤카샤로 꼬셨지만 나오지 않았다. 역시 나머지 아가들은 호락호락하지 았다.  아이가 즐거워한 것만으로 이미 뿌듯하다.


수의사 유튜브를 보니 장난감은 잘 회수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놀다 실이나 비닐 같은 걸 삼킬 수 있다고. 아이들이 따라오길 바라는 마음을 한 꼬집 품고, 수제 카샤카샤를 집으로 가져왔다. 신발장 한편엔 카샤카샤 두 개가 나란히 놓였고 그 옆으로 사료와 물그릇이 담긴 종이봉투가 서있었다. 하지만 신비가 좋아할 만한 걸 주지 못했다. 나는 스크래쳐라는 걸 만들어보기로 했다.



*기다란 막대 끝에 여러 장의 비닐이 겹쳐져 있는 고양이 장난감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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