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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초이 Jul 07. 2022

6개의 눈동자

[신비의 도로의 신비]

뻥 뚫린 문 뒤로 정승처럼 서있었다. 어느새 신비도 나를 잊고 밥 먹는 데에 집중했다. 신비의 사료 씹는 소리로 가게 안이 가득 찰 때 즈음, 차곡차곡 쌓인 가구들 사이에서 아기 고양이가 나왔다. 제 엄마와 같은 짙은 고동색 줄무늬로 전신이 뒤덮인 오리지널 코리안 숏헤어였다. 주위를 조금 둘러보는 척하다, 금세 엄마 옆에 꼭 붙어서 함께 밥을 먹었다. 고작해야 내 팔뚝만 한 크기였다. 좀 많이 불린 조랭이떡이 생각났다. 신비는 절대 새끼에게 밥을 양보하지 않았다. 새끼도 엄마가 혼낼까 눈치를 볼 망정 양보는 없었다. 즉석밥그릇이 고양이 두 마리 얼굴로 가득 찼다. 얼추 배를 채운 신비가 한쪽으로 비켜서자 새끼가 제 것인 양 그릇을 차지하고 밥을 먹었다.


두 번째 고양이는 신비가 밥을 다 먹고 나서야 등장했다. 아무래도 내가 인기척을 낸 탓에 경계하는 시간이 좀 늘어난 건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 고양이는 신비와 정말 똑같이 생긴 아이였다. 그 아이를 뻥튀기하면 신비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마르고 털색도 더 밝은 갈색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둘째는 첫째보다 경계심이 더 많았다. 가구 위에서 밥그릇이 있는 밑으로 내려오는 동안, 걸음 하나에 좌우 사주경계는 기본이었다. 그래도 아직 초보라 바로 정면에 서있는 나는 발견하지 못했다. 곧 제 혈육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솜털 같은 아가들을 보자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눈썹은 팔자로 기울어졌다.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게 입술을 깨물었다.  


‘부아아 앙’

가게는 차도 바로 옆에 있었다. 신비의 도로에서 기어를 중립(N)에 맞춰놓고 진짜 착시현상이 일어나는지 자동차를 멈춰 세운 관광객들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차들은 쌩쌩 다녔다. 차도와 고양이들 사이엔 성글하게 기워진 검은색 농사용 차광막과 차곡차곡 쌓인 가구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밥을 먹다가도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경직된 자세로 오른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오른쪽과 밥그릇만 번갈아 본 지 서너 번째, 아이들이 정면에 서있던 나를 발견했다. 소스라치게 놀란 고양이들은 빠르게 사방으로 숨어들었다. 신비는 산전수전 다 겪은 고양이처럼 느긋했다. 그래, 나 같아도 밥 먹는데 누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걸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미안했다. 근데, 어떡해. 앞으로 사료를 얼마나 가져와야 하는지 가늠하려면 몇 마리인지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나는 저 귀여운 아가들이 도대체 몇 마리나 있는지 알아야 했다. 오늘은 3쌍의 눈을 확인했다. 밥 주는 사람으로서 제 할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귀여운 털북숭이들이다’라는 문장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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