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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초이 Jul 10. 2022

냥과 냐옹의 차이

[신비의 도로의 신비]

4냥과 냐옹의 차이


백수의 아침은 11시에 시작한다. 눈을 뜨자마자 신비네 아침을 챙긴다.  일과는 엄마가 돌아와서도 계속됐다. 달라진  짐과 일의 .  늘어났다. 가만히 지켜보니 밥그릇이 부족했다. 적어도 4명은 되는데 햇반 하나로는 택도 없었다. 굳이 햇반을 하나  먹고 밥그릇을 2개로 만들었다. 물그릇도 바꿨다. 수의사 유튜브를 보니 고양이는 음수량이 중요했다. 특히 길고양이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는  중요하다고.  주러 갈 때마다 그릇을 씻어야겠다. 이왕이면 유리그릇이 좋겠네.  고양이 카페에선 다이소에서 파는 화분 받침대 위에 투명한 유리 수반을 올려놓으면 반짝반짝 빛을 튕겨내서 아이들이 호기심도 갖고  마실  높이도 얼추 맞아 좋다고 했다. 화분 받침대 2개와 유리 수반 2 구매. 그릇이 늘었으니 가지고 가는 사료도 늘었다. 결국 쇼핑백에 짐을 하나  챙겨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사료가 담긴 일회용  하나 달랑 들고 가던 시절은 지나가버렸다.


신비는 만난 지 3일 만에 어디선가 뿅 날아와 냥! 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문 앞에서 쇼핑백을 흔들며 신비야~ 하고 부르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냥! 했다. 고양이는 처음이라 행여나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진 않을까, 그러다 할퀴거나 도망가진 않을까 잔뜩 긴장했던 때였다. 신비의 냥! 은 안녕(웃음 웃음)처럼 들렸다. 게다가 가늘고 높았다. 그러니까, 목소리가 고왔다. 주로 낮은 음역대에서 말하는 나와는 달라 신기했다. 매번 까미야, 짱아야, 송이야, 부르면 웡! 멍! 하며 기쁨에 찬 큰 소리를 내던 멍멍이들이랑 놀다가 비슷한 데시벨로 답하는 생명체를 만나니 낯설었다. 이후로 신비가 냥! 하면 들어오라는 신호로 여기고 문을 열었다.


3 만에 ! 이라니.  녀석 고양이치고 ENFP 나만큼 친화력이 엄청난걸? 하지만 손길은 허락하지 않았다. 나도 싫다는 고양이 굳이 만지고 싶지 않아 거리두기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근처 공중 화장실에서 수반을 씻고 물을 채워 돌아왔다. 물그릇을 놓으니 신비가 쪼그려 앉은  허벅다리에 이마를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온몸으로 치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슬쩍 등을   쓸었다. 신비는 가만히 있었다. , 감동. 손가락으로 빗을 만들어 등을, 다음엔 머리를, 다음엔 옆구리를 탐했다. 열심히 쓰다 뒤에 신비는 다시  털을 핥기 시작하곤 했지만, 나는 사리사욕을 채웠으니 행복했다.


백수지만 나도 가끔은 바빴다. 밤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거나 바다에서 서핑 수업을 들었다. 이런 종류의 일과를 한 다음 날은 꼭 늦잠을 잤다. 당연히 신비네 출근도 점심으로 늦춰졌다. 그런 날엔 약간의 죄책감을 안고 부랴부랴 신비가 있는 가게로 향했다. 이때 그녀는 냥! 이 아니라 ㄴ     ㅑ옹한다. 한 번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던 사람이라도 이건 나한테 짜증을 내는 게 분명 하단 걸 알아차릴 만큼 앙칼진  ㄴ     ㅑ 옹. 처음엔 저 아이가 이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나중엔 노래처럼 들렸다. 훈련만 잘하면 노래 부르는 고양이가 될 수도 있겠네, 라는 상상도 했다. 이후로 아주 가끔 지각을 했다. 그때마다 신비는 ㄴㅑ 옹 혹은 ㄴ     ㅑ옹하고 말했다. ‘냐’에서 ‘옹’까지의 시간은 신비의 짜증을 가늠하는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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