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도로의 신비]
제주에 지내면서 가장 비싸다고 느낀 건 배송비다. 특히 2600원짜리 카샤카샤*를 사기 위해 배송비 3000원을 지불해야 할 때 그렇다. 꽥꽥 소리 지르는 닭이나 뼈다귀 같은 강아지 장난감이라면 차고 넘치는 데 고양이 구미에 당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럴 때 유튜브를 검색하면 ‘네가 그런 고민할 줄 알고 이런 영상을 만들었지’라고 속삭이듯 선배 집사들의 영상이 나온다. 그중 한 유튜버의 수제 카샤카샤를 만들기로 했다.
준비물은 구하기 쉬웠다. 기다란 막대 혹은 막대처럼 이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와 흐물흐물 거리지 않는 비닐, 그리고 바늘과 실이면 된다. 난 굴러다니는 튼튼하고 가느다란 나무 가지를 하나 줍고, 빨간 포장의 스윙칩 하나를 완봉한 뒤 가운데를 갈라 내부를 깨끗하게 씻었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우선 과자 봉지를 꽃잎 모양으로 자른다. 길이는 엄지 손가락보다 길기만 하면 된다. 꽃잎 봉지가 4~6장 정도 나오면 부채처럼 가운데를 겹쳐 펼쳐 놓고 꿰매면 된다. 중요한 건 실이다. 대략 1미터 정도 남겨두어야 꽃잎 봉지들이 막대에 매달려 매혹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실이 지나가 커져버린 구멍까지 테이프로 꼼꼼하게 봉해 생애 첫 카샤카샤를 만들었다. 몇 번 흔들어보니 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고양이는 이런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좋아하는구나. 계속 흔들며 놀기엔 좀 무거운 편이지만 장난감 테스트론 나쁘지 않다. 카샤카샤를 흔들며 신비에게 달려갔다. 신비야! 언니가 널 위해서 이런 걸 만들었어. 좋아해 줄 거지? 이걸로 같이 놀면 너무 재밌겠지? 하는 기대는 우수수 무너졌다. 눈앞에서 아무리 카사카샤를 흔들어도 신비의 시선은 저 너머에 있었다.
1시간의 기대가 안개처럼 사라지려는 순간, 신비 뒤에서 카샤카샤를 따라 누군가 고개를 흔들었다. 항상 제일 먼저 밖으로 나와 신비 옆에 꼭 붙어서 신비 밥을 먹는 통통한 아기 고양이였다. 아직은 나를 무서워하는 터라 커다란 구멍이 뚫린 까만 농업용 비닐 뒤에 숨어 바라보기만 했다. 난 구멍 속으로 장난감을 던졌다. 그리곤 마치 작은 벌레가 눈치를 보며 움직이듯 사알살 잡아당겼다. 아기 고양이가 놀래키듯 엇박으로 앞발을 척, 내디뎠다. 정수리 위로 핀라이트가 떨어지는 것처럼 드디어 주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래, 실망하긴 이르다. 아직 아가들이 남았다. 통통이가 반응을 보이자 늘 두 번째로 나와 눈치 보며 밥을 먹던 홀쭉이가 등장했다. 하얀 장갑을 낀 것 같은 앞발이 귀여운 아이였다. 언니가 노는 걸 보니 안심한 듯 카샤카샤를 잡으려고 점프를 했다. 착지까지 완벽했다. 흑, 아기들의 반응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두 아이랑 10분 정도 놀고 있다 보니 구석 간이 천막 밑에서 발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천막 밑으로도 수차례 카샤카샤로 꼬셨지만 나오지 않았다. 역시 나머지 아가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두 아이가 즐거워한 것만으로 이미 뿌듯하다.
수의사 유튜브를 보니 장난감은 잘 회수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놀다 실이나 비닐 같은 걸 삼킬 수 있다고. 아이들이 따라오길 바라는 마음을 한 꼬집 품고, 수제 카샤카샤를 집으로 가져왔다. 신발장 한편엔 카샤카샤 두 개가 나란히 놓였고 그 옆으로 사료와 물그릇이 담긴 종이봉투가 서있었다. 하지만 신비가 좋아할 만한 걸 주지 못했다. 나는 스크래쳐라는 걸 만들어보기로 했다.
*기다란 막대 끝에 여러 장의 비닐이 겹쳐져 있는 고양이 장난감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