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프로이트
부모이기 전에 누군가의 자식이었다
영화로 본 프로이트
햇살 담뿍 받은 감이 톡 건드리면 터질 듯이 탐스럽다. 잔뜩 입김 모은 풍선처럼 말갛기도 하다. 실속 있는 아람은 척 보기에도 안정되어 보인다. 이를 잘 드러낸 닉 놀테가 열연한 영화 ‘사랑과 추억’을 떠올려본다.
인간은 의식은 무의식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으며 무의식, 의식, 전의식에 의해 행동한다.
주인공 톰은 비디오를 찍어둘 만큼 자녀를 사랑한다. 본능에 충실한 아버지로 성기기에 동일시할 남편 역할의 표상이 없었다. 오히려 과격한 행동으로 아버지와 대립하는 형을 통해 남자상을 그린다. 정부군에 의해 형이 죽었을 때 엔진 꺼진 자동차 같다고 토로한 이유이다.
이혼한 엄마가 섬을 처분한 일은 형의 죽음에 결정적 계기가 된다. 둘만의 비밀이라던 어머니와의 약속이 사실은 모두의 비밀임을 알게 된다. 게다가 비싼 동양 카펫에만 지대한 관심을 보일 뿐인 어머니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내연남에게 뺨을 맞은 톰의 좌절감은 주 양육자 어머니로 인해 여자는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무의식 속에 자리 잡는다.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는 동생인 사반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 자존감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이중성은 심한 혐오감을 낳고 어머니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항문기에는 자신을 통제하며 자율성이 길러진다. 본능에 충실한 아버지로부터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어머니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파괴적이며 난폭한 기질을 보이는 형이 아버지로부터 동생들을 지켜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치유받은 톰이 어릴 때 형은 신과 같았으나 지금은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남근기에는 이성 부모를 갈망하게 되고 동성 부모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동일시한다. 이 단계는 초자아를 발달시키는 단계로 성격 대부분이 형성된다고 한다. 아버지에게서 초자아를 배울 수 없었다. 집안의 평화를 깨뜨리는 공포심만 키운다.
일곱 살 잠복기인 이 시기는 리비도가 무의식에 침잠하여 동성 친구나 외부 세계에 관심이 집중되어야 할 때이다. 보통 사람은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자신의 아픔을 깊숙이 숨겨 억압한다. 사반나는 필명으로서 유대인으로 개종을 통해 내면화 및 합리화로 방어기제를 발동시킨다.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면 미해결로 남아 다른 사람이 되더라도 소용이 없기에 자신을 파괴한다.
‘캘란월드’는 아버지를 제외한 세 가족의 정신적 문제를 야기한다.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태도, 자신의 인생을 파괴한 재혼한 남자조차도 사랑하라 가르치는 엄마를 혐오하는 톰, 계속 자살 시도하는 사반나, 아무것도 모르고 본능에 충실한 아버지. 이 사건 당일 어머니 말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가족에게도, 적절한 치료도 놓친 사반나는 자아 정체감을 형성할 시기에 의식이 전의식과 무의식의 통제하지 못한다.
억압과 부정을 통해 회피와 불안 등의 심리적인 문제를 그대로 묻어 두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속으로는 정신적인 에너지가 모두 억압돼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억압을 통해 심리적 불안감을 잠재우려고 할 경우, 성 심리적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톰은 아내와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발생한다.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뒤늦게 억압된 어린 시절을 표출한다. 실컷 울고 난 뒤에야 고통에서 해방된다. 이는 삶의 궤도를 정상으로 돌리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부모가 비록 사랑받기에 합당치 않더라도 사랑해야 함을 배우게 된다. 낚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늙은 헨리에게 “아버지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아버지도 아버지상을 배운 적이 없었을 뿐, 비디오카메라를 매년 새로 장만할 정도로 가족을 사랑하기에.
프로이트의 위대함과 정신분석학이 인간의 내면을 고찰해야만 하는 고행적인 학문임에 단맛이 당긴다. 갓 수확한 감이 입안에서 터지며 과즙이 눈을 감게 한다. 안으로만 삭힌 감정은 내면이 곪아서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시한장치와도 같다. 따끔하더라도 바늘로 찔러 고름을 짜내고 편안하게 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