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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후 Jun 02. 2023

묻Zㅣ마 범죄, 묻지를 말자

유정이란 이름이  왜 위축돼야 하는가


묻지 마 범죄, 묻지를 말자



손녀를 잘못 키운 죄로 유족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싶다.



할아버지는 손녀 행각에 눈앞이 깜깜했을 것이다. 정유정, 똑바로 읽어도 로꾸거로 해도 정이 있지만 그녀는 일면식도 없는 또래에겐 무정했다.



유정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공연히 위축될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엔 23세 젊은 여성이 과외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남을 유도해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다. 택시 기사의 신고가 아니었다면 이것이 마지막 살인이었을까. 평범하지 않은 수상한 행위를 이상히 여겨  신고  정신을 발휘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차별로 공격하는 범죄행위를 이른바 묻지 마 범죄라 칭한다. 이런 범죄는 특별한 동기와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예방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길거리 및 건물 내외 등에도 CCTV 설치를 하는 것에 동의를 얻고, 설치 대수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다.


범죄를 일으키는 가해자들은 사회에 불만이 많으며 누군가를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데 별다른 거리낌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첨단 기술, 인터넷의 발달과 기기의 보급은 과거에는 숨겨져 있던 진실이나 쉬쉬하던 일들, 심지어는 허위 사실도 유포되면서 표면의 현실 세계로 이끌고 있다.


취약 계층이나 일부 시민들은 진위 여부를 냉정하게 따지기 전에 불만을 응축시키거나 선동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지내기보다는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묻지 마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구성원 간의 소통이 부족해지고,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퍼뜨리는 매체의 영향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2014년 기준으로 보면 우발적 범죄도 1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발적인 범죄가 증가하는 요인 중 사회적 양극화가 중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억울한 대우로 인하여 박탈감과 좌절감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존중감이나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에 지속적 노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사회 지도층과 상류층이 준법 의식을 잘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잘 이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법이 특정 계층을 위해서 악용될 수 있다.


 한국 시민 사회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원인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아무리 법을 잘 지키고 노력해도 상류층에 올라가기 힘든 사다리 사회는 묻지 마 범죄 현상을 만들고 있을 수도 있다.


공정한 사회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 누구나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 계층 상승이 가능한 사회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일련의 묻지 마 범죄 증가가 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스마트 기기 기술의 발달로 공동체주의의 왜곡 및 약화는 서로에게 건전한 길로 이끌려는 지도 행위 및 공동체로 데려오려는 행위도 힘들게 만든다. 서로의 단절을 키워 사회를 각박하게 만들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관심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쪽으로 몰아세우고 괴롭힘 당하는 소위 왕따가 되는 문제도 대두한다.


묻지 마 범죄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지닌 문제는 외면하거나 정당화하고, 모든 화살을 사회에 돌려 강한 불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싶다.


깊은 생각 없이 사회에만, 혹은 가해자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서 끝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도, 사람도 변하지 않으면 이런 불만에 가득 찬 부적응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묻지 마 범죄는 누구나 법을 잘 준수하는 공정한 사회, 서로가 지킬 것을 지키며 안고 가는 사회,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그 발생률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인맥으로 잘 되는 사회, 윗선에 뇌물을 바쳐야 잘 되는 구조는 이것을 이행하기 힘들게 만든다. 사회의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 및 치안 문제, 사람들의 윤리적, 정신적 성숙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묻지 마 범죄를 근절시키는 일은 힘들 것이다.


 여기에는 차별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갑이 을을 배려하는 사회,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요구하기 전에 지킬 것을 지키는 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묻지 마  범죄, 묻으면 누가 또 묻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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