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상상해 봅니다
이 진드기에게 있어 생명이란 끊임없이 겨울을 넘기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진드기는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은회색 몸체를 공처럼 말고 살아가는 작고 기분 나쁜 벌레였다.
그는 제몸에서 아무것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아무것도 발산되지 않도록 해주는 매끄럽고 단단한 피부를 갖고 있다.
진드기는 고집과 집념으로 몸을 웅크린 채 살아남는다. 짐승의 피가 우연히 나무 바로 밑에 다가올 천재일우의 그 기회를 노리면서.
그 기회가 오면 비로소 그는 웅크렸던 몸을 펴고 떨어진다. 그러고는 그 낯선 고깃덩어리에 달려들어 할퀴고 빨고 깨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