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겨울에만 내리는 것이 아니다.
겨울의 눈은 응고된 수분의 무게로 낙하하여 온 세상을 감싸며 우리를 깊은 사유로 이끄는 눈이라면
봄날의 눈은 벚나무의 꽃잎 속에 햇살이 응집되어 그 무게를 못 이기고 바람에 흩어지는 빛의 부산물에 가깝다.
한 장 한 장 빛의 사연 품은 이들의 군무는 그 사연의 깊이만큼 화려하다. 대게 어떤 화려함이 과하면 거북해지게 마련이지만 이들은 아무리 화려해도 그 흐릿한 경계를 넘지 않기에 겸손한 화려함이다. 낙화가 시작하기 무섭게 그 지속이 짧기에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길 줄 아는 화려함이다.
봄에는 눈이 하늘로도 올라간다. 흙 속에 축적된 햇살은 민들레 꽃을 피우고 순리를 따라 발현 된 갓털의 비행이 시작된다. 저마다 생명을 싣고서 떠나는 이 비행은 자신이 아니라 바람이 원하는 곳으로 떠난다. 오직 빗물과 햇빛만 찾아가던 도로가의 흙들은 바람이 전해준 귀한 객을 포근하게 맞이한다. 이들의 조우는 어느새 가족을 이루고 새로운 생명이 잉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