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Oct 09. 2023

중소기업 사용설명서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소기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일까? 해마다 통계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 보도자료에 따르면 80% 정도로 보는 것 같다. 80%, 큰 비중이다. 여기에는 음식도소매업과 숙박업 같은 소상공인도 모두 포함되는 수치이며, 중소기업 종사자의 절반 정도가 소상공인에 속해있다. 우리나라 직원 10명 주 8명은 중소기업 종사자인 것이다. 


80%라는 수치는 '대다수'라고 할만한 비중이다. 중소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특정 계층의 직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보편적인 직장이다. 근데 그런 것 치고는 자조적인 비하가 너무 많은 것 같다. 급여나 복지 그리고 조직문화 측면에서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못한 점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하지만 80%라는 보편적인 직장을 ㅈ소라는 한 단어로 묶어버리기에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나는 요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본인의 삶을 안정적으로 꾸려온 어르신들을 자주 뵙고 있다. 30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가 어디 좋기만 했을까.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묵묵히 일한다는 것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돌아보면 참 대단한 것인데, 단기간에는 잘 보이지 않아서 놓치기 쉽다. 


우리 동네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 현장직으로 바로 취업한 분들이 많이 있다. 한 분은 매매가로 1억이 되지 않는 아파트에서 전월세로 가정을 꾸렸고, 거기서 아이들이 태어났다고 했다. 살아오면서 큰 투자성과도 없었는데 굳이 투자라고 한다면 40대쯤 마련했던 아파트 한 채가 살다 보니 값이 오른 것이다. 처음에는 20평대, 아이들이 크면서는 30평대로 옮겼다. 월급을 꾸준히 저축했고, 이제는 상당한 금액의 퇴직금도 쌓이게 됐다. 자식들은 모두 취업을 했고, 장성한 자식들에게 간간히 지원을 해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노후대비도 당연히 되어있다. 현재는 지방에 집 2채에 퇴직금 그리고 매달 수령하게 될 국민연금이 생활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한 두 명이 아니다. 어떤 분은 국민연금만 180만 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하셨다. 공무원, 교사 연금도 아니고 일반 기업 현장직 근로자가 이 정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다른 분은 모아놓은 현금이 10억 원은 될 거라고 하셨다. 물려받은 재산은 없었고, 꾸준히 일을 하면서 모아나간 결과였다. 또 다른 분은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회사로부터 3억 원가량의 주식을 받았다. 비상장 소기업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할 수는 없는 것이었지만, 회사는 이 분이 퇴직할 때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현금으로 매입을 해줬다. 퇴직금과는 별개로 3억 원가량의 현금을 더 받고 나간 것이다. 


이 사례들은 모두 고졸 현장직으로 근무한 분들의 사례다. 


"예전에는 그게 가능했겠지", "지금은 불가능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 더 좋은 것들도 있다. 중소기업 내일채움공제, 중소기업 근로자 소득공제 등이 주는 효과를 감안하면 젊은 사람들은 이전 세대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소득이 낮다면 정부가 지원해 주는 저축 상품을 이용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목돈을 만들어주기 위한 저축 상품은 해마다 나오고 있으며, 일반 사람들이 시중은행을 통해서 가입하는 것보다 훨씬 그 혜택이 크다. 




중소기업 지원기관에서 일하다, 현재는 중소기업 경영관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지원제도나 혜택 등 다양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회사나라, 중소기업이야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