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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Oct 04. 2023

모두와 잘 지내지 못한다면 그건 어쩌면 너의 약점

부서를 옮길 때마다 부서원과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 있다면? 첫 부서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무슨 사연인지 들어봐 주고 일의 시시비비를 따져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부서에서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해당 직원이 문제라고 생각해 버리기 쉽다. 그게 그 친구의 평판으로 자리 잡아버릴 테니 말이다. 


사람들과 잘 지내면 좋다. 


회사생활을 할 때 동료들과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을까? 일만 잘하면 되는 건데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까지 해야 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신입사원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그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들과 잘 지내면 좋다. 이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좋은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 




신입 때 내 부서는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면 부서 간 서로 감정 상할 수 있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서로 업무를 주고받다 보면 분명 갈등이 생긴다. 당시 우리 부서 부장은 그럴 때 주로 타 부서 직원에게 윽박지르는 방법을 택했는데,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우리 부서 일 먼저 해달라고 생떼를 쓰듯 전화로 화를 내니 상대방 반응이 좋을 리가 있나. 



나는 대신 해당 부서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택했다. "알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어떻게 하나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질문과 감사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부장이 이미 한바탕 한 이후라 부서 간 분위기가 험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내가 찾아갔을 때는 정말 너무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직원이 찾아온 것을 불쌍하게 여겼을 수도 있고, 선배로서 후배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고자 하는 넓은 아량이었을 수도 있다. 그 덕에 나는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고,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나는 해당 부서 사람들과 최대한 잘 지내기 위해 애썼는데, 두고두고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사례가 어디 위에서 언급한 것 하나뿐이겠는가. 글을 쓰는 지금도 떠 울리면 마음이 뭉클해질 정도로 고마운 일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 내 나의 평판이 그다지 좋았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분고분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분명 '불호'의 대상이 된 적도 많을 것이다. 부서 회의 때 내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하고, 부서장의 지시라도 이해가 안 되면 따져 물었다. 보수적인 조직에서 선호하는 직원상은 아니었을 것이다.(다시 직장생활을 한다면 좀 더 착한 직원이 되어야겠단 생각도 하고있다.) 그럼에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가까운 선후배들과는 제법 잘 지냈는데, 이런 친분은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빛이 났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갑작스럽게 곤란에지는 경우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게 되거나, 어떤 일에 희생양이 되거나, 부당한 지시를 받거나. 언제 어떻게 위기가 찾아올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동료, 선후배들은 큰 힘이 되었다. 내 입장에서 생각해 주었고, 목소리를 내주었고, 문제제기를 해주었다. 회사 내 인간관계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이 에너지 소모적이고, 나는 그들의 도움이 정말 하나도 필요 없다고 자신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언젠가 나에게 따뜻한 손 내밀어줄 동료가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너무 모든 것을 계산해서 행동하고, 일부러 뾰족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무난하게 지내는 데는 생각보다 큰 에너지가 들지 않으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내가 누리게 될 도움은 그보다 훨씬 값어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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