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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시 Oct 29. 2024

엇갈린 선택, 무거운 마음

에세이

" 선생님, 다음 주에 개인 상담 신청하고 싶은데요,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지난 주 월요일 공문처리로 정신 없던 날, 아이는 조용히 내 곁에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면서도 당장 눈 앞에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건성으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집에 오는 차안에서 아이가 무슨 일로 면담을 신청했을까 궁금하면서 알 수 없는 불안감도 몰려왔다.


어제 월요일 7교시  교과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불러내 교정 밴츠에 앉아  면담을 진행했다.

아이는 패드에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빼곡히 적어서 가져왔고, 잔뜩 긴장되어 보였다.

" 선생님, 저 오래 고민하고 말씀 드리는 거예요, 저 자퇴하고 싶어요."

전학을 가려고 하나 생각까지는 들었지만, 설마 자퇴를 생각할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아이는 우리 학교 댄서 왕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춤 솜씨와 끼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다.

댄서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매일 전주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댄서로서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정말 예쁜 아이 중 한명이다.

아이는 그간 학교와 학원을 함께 소화하면서 힘들었던 일들을 진솔하게 말했고, 내년 8월 검정고시 시험을 위해 11월 말까지는 자퇴를 꼭 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비췄다.


담임 선생님을 설득하기 위해 빼곡히 적어온 글을 읽어 내려가는 아이의 모습에  아이가 자퇴에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선생님으로서 자퇴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오늘 아이의 엄마가 학교를 찾았다. 이미 부모님도 아이의 자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입장이였고, 아이를 지지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 아이가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재차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교장 선생님과 면담 후 아이는 일주일 숙려기간을 거쳐 자퇴 수순을 밟기로 결정했다.


아이의 엄마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내 마음은 돌맹이가 얹힌 것처럼 무거웠다.

자신의 꿈을 위해 더 발돋음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선택일거라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지만, 자꾸만 아이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하게 됐다.


아이는 학교밖 청소년으로서 받아야할 따가운 시선과 편견을 감내할 수 있을까. 생각만큼 호락호락 하지 않을 세상에 대해 원망은 하지 않을까... 자신의 앞날에 대해 밝은 미래로 가득한 아이에 반해 내 마음은 자꾸만 어두운 단면이 떠올라 괴로웠다.


일주일간의  숙려기간을 통과하고 아이가 마음을 되돌렸으면 좋겠다는 한가닥 희망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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