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일주일 중 수요일이 한 주를 버티기에 고된 하루일지 모르지만, 난 수요일이 오는 게 좋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오전에 수업이 없기 때문이다. 교사도 이른 시간 수업이 달갑지 않은 것은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1교시부터 수업이 짜인 다른 날과 달리 수요일 오전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인 것 같아 등교부터 발걸음이 가볍다.
아침 조회를 마치고 나의 하루 시작의 루틴인 커피를 내렸다. 오늘따라 커피 향이 더 진하게 다가오는 게 짙어가는 가을향기와 많이 닮았다. 문득, 고즈넉한 카페에 앉아 오롯이 글쓰기에 몰두하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아쉬움을 삼키고 자리로 돌아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조심스레 입가에 대고 오늘의 업무를 살펴보았다. 유독 눈에 띄는 붉은색 별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D의 자퇴 확정일'이라는 메모가 날카롭게 다가왔다.
오늘이 D와의 마지막 날이구나 싶으니 마음이 무거웠다. 수요일이 주는 여유보단 아이와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는 서운함이 크게 다가와 이내 마음이 먹먹해졌다. 애써 태연한 척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평상시 대로 행동하려 했지만, 내 맘은 복잡했다. 자꾸만 후회와 미련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시간이 멈춰주기를 바랐다.
3교시 후 실장과 부실장이 교무실로 나를 찾아왔다. " 선생님, 점심시간에 잠깐 외출해도 될까요? D를 위해 작은 환송회를 준비하려는데, 작은 케이크이라도 준비하고 싶어서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을 받아 순순히 허락해 주었다.
예정대로 오후 3시에 D엄마는 교무실로 오셨고 자퇴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달 넘게 고민하고 걱정했던 시간들이 이렇게 한순간에 쉽게 처리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허탈감을 느꼈다.
종례를 앞두고 아이들은 서둘러 D의 환송회를 준비했다. 칠판 가득 아이의 미래를 응원하는 글귀를 써줬고, D의 앞날을 격려하는 롤링페이퍼를 준비했으며, 작은 케이크를 선사했다. "선생님, 우리 사진 찍어요!" 아이들의 제안에 마지막 추억을 담기로 했다. D와의 마지막 날,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했다. 떠나는 아이에게 끝까지 밝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밝게 웃었다.
D를 꼭 끌어안고 "사랑해, 너의 앞날을 응원할게"라고 속삭였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응원했다. 내일부터 새롭게 시작될 D의 삶을 응원하며 교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