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만 사는 정아씨 Oct 26. 2022

Beautiful Thursday, Namaste.

잊지 말자, 일상의 소중함

이번에 처음으로 이틀 연속 쉬게 됐다.

시즌 초반에 3일 연속 쉰 적도 있지만 그건 매일 로스터가 전 날 오후에 나와서 내가 3일 연속으로 쉴지도 모르고 쉬게 됐다면 이번엔 이틀 쉰다고 확실히 공지받은 휴일이라 들떴다.


그래서 어제 같이 사는 외국인 친구들이랑 세현 언니네랑 같이 저녁을 먹고, 아침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여섯 시에 요가를 갔다.


일주일에 하루만 쉴 때는 ‘늦잠 자야지’하는 생각에 아침 일찍 일어날 생각조차 안 했는데 이번엔 이틀을 쉬니까 아침부터 활동적인 걸 하고 싶었다.


​소중한 휴무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달까?


​물론 아침에 일어날 땐 내가 왜 요가를 간다 했지 싶고 더 자고 싶었다.


그래도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필라테스는 영어로 말해도 대충 동작을 보면서 포인트들을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요가는 확실히 알아듣지 못하니 답답했다.


정지된 동작으로 버티는 게 많은데 그럴 때 선생님이 말해주는 포인트들을 완벽히 알아듣지 못하니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난 필라테스보다 요가가 더 힘들었다. 성격이 급해서인지 선생님이 천천히 근육을 느끼며 움직여야 한다는 동작들도 나는 천천히 움직이는 게 너무 답답해 혼자 벌써 정지 포인트에 와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앞으로 요가는 안 해야겠다 생각하고 마지막 명상 자세로 들어갔는데, 그 생각은 바뀌게 된다.


​아침에 좋은 에너지로 움직이며 어쩌고 저쩌고 하고 선생님이 말하는 걸 들으면서 ‘앞으로 요가는 못 올 거 같아요.’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마지막 한마디.

“Becaues today is Beautiful Thursday, Namaste.”

선생님의 이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다 같이 ‘나마스테’ 하면서 끝났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힘들어서 속으로 짜증이 가득 차 있었는데,

마지막 한 마디가 그런 나에게 마치

‘짜증 내지 말자. 왜냐하면 오늘은 아름다운 목요일이니까’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사실 오늘뿐만 아니라 요즘 내가 자꾸 이것저것 하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건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있어서였다.


생각도 많아지고, 하고 싶은 걸 다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에 괜한 울분이 차오르기도 하면서 화가 차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잊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운동도 하고, 요리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영상도 만들고…


그런데 마치 그런 나에게 위로가 전해지는 것 같으면서 별거 아닌 이 한마디에 별안간 온몸의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온몸이 편안해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졌다. 몸도 가벼워지면서 마음까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늘 수업이 끝나고 나서 선생님이 말을 걸면 잔뜩 얼어 있었는데 오늘은 왠지 영어도 술술 나오는 기분이었다.


요가를 마치고 혼자 바다까지 걸어가 산책을 하고 커피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오늘은 아름다운 목요일.

아니, 그냥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름다운 나의 하루다.

편하게 생각하자,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자!


2021.09.16

작가의 이전글 포지타노 가는 길, 태양의 도로에서 나눈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