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선에 선 그녀는 동네에서
가장 부자 집 딸이다.
서른이 훌쩍 넘도록 부모님과 함께 살기는 하지만
거리에서 볼 때나 매장에 들어올 때
그녀는 어깨 뽕이 장난이 아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그녀가 나타날 때마다
뇌에 박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에 눈은 예쁘지가 않다.
사람을 볼 때 똑바로 쳐다보는 법이 없이
째려보거나 아래로 내려 보거나
좋지 않은 눈초리로 나쁘게 훑어본다.
이건 나만에 생각이 아니라 매장에서
그녀와 마주친 사람들은 한결같이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게 표정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단골 고객들은 나에게 하소연할 때가 종종 있다.
부잣집 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항상 알뜰하게 장바구니를 챙겨 다녔다.
통신사 할인은 물론이고 포인트 적립 역시 놓치는 법이 없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근무할 때 할인과 적립을 얘기하지 않아 모르고 그냥 갔다면서 길게는 2주 뒤에 와서도 할인가 적립을 챙길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그녀가 알뜰함에 챙겨 다녔던 장바구니는
무상으로 그녀에 욕심을 챙기는 도구가 되었던 것이다.
매번은 아니었지만 가끔
자신이 찾는 물건이 없다며 매장을 빙빙 돌다
그냥 가곤 했는데 그날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녀가 가고 나서 바로 CCTV를 돌려봤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에 차분함으로
냉장고에서 자신이 원하는 반찬을 꺼내듯이
골고루 6가지에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
내가 딴 곳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냥 나가는 게 아닌가!?
정말 충격이었다.
동네에서 가장 부잣집 딸이 왜??라는 의문을 갖고 그녀가 매장에 올 날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한 달 내내 매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그녀와 나는 몇 번에 다툼이 있었다.
외투가 두꺼워지는 늦가을, 겨울이 되면
외투 속에 쓰레기를 잔뜩 담아와서 매장 내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으며
행사하는 제품이 없으면 왜 다른 곳엔 있는데
여긴 올 때마다 없냐면서 화난다는 감정을 여과 없이 내게 내볕었다.
7년 넘게 그녀를 봐왔지만 웃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점점 그녀에 얼굴은 화나는 형태로 굳어져 가고 있는 걸 느낀다.
나이 들어서에 모습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 준다는 말을 그녀를 통해 깨닫게 된다.
결국 그녀가 나타나지 않아
본사 시스템을 통해 그녀에게 연락을 했고
그녀는 매장에 와서 울며 불려 잘못했다면서
처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했다,
난 왜 부잣집 딸이 그런 행동을 했냐고 다구 쳤고 그녀는 정확한 답변을 했다.
그 돈과 땅 건물은 자기 게 아니라 부모님 거며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돈벌이도 안 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내가 무슨 돈이 있겠냐면서 그날 그 과자 초콜릿이 너무 먹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며 용서를 구했으나
난 그녀가 훔쳐간 물건 값을 받지 않는 걸로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
한 시간 가까이 울며불며 자신에 사정을 얘기한다고 했지만 적어도 내가 볼 땐 그녀는 부모님에 경제력을 믿고 쉬는 것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난 그녀를 우리 매장에서
더 이상 보고 싶지가 않아 끝까지 그녀에 잘못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고 마무리 지었다.
일 년 가까이 그녀는 매장엔 나타나지 않았지만
성형을 한 건지 시술을 한 건지
얼굴에 잔뜩 천 같은 수건을 두르고 다니는 걸 봤다.
그녀는 동네에서 가장 부잣집 딸이지만
어느 가수에 노랫말처럼 난 그녀가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부모에 부로 인해 누릴 수 있는 건 많겠지만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 보여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