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매장에 들어설 땐
항상 이쁜 두건을 쓰고 왔다.
어떤 날은 화사한 꽃무늬를
어떤 날은 귀여운 인형 그림이 그려 있는 두건이었다.
그녀가 매장에서 사가는 건
300ml 흰 우유와 에쎄프라임 담배가 전부다.
"마른 사람은 마른 이유가 있어"
그렇게 오랜 기간 두건을 쓰고 오던
그녀가 두건 대신 예쁜 모자를 쓰고 왔다.
생각 없이 계산 하다
몇 초간 응시하던 그녀에 머리는
그녀가 암환자라는 걸 말해 주었다.
별다른 군것질거리를 사가지 않았던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나 보다.
설마 자포자기한 걸까?!
아니면 니코틴에 중독을 끊을 수 없어서인가!?
아마도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약 중독자들 역시 마약으로 인해
자신에 삶이 서서히 망가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옥 같은 마약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중독이란 무서운 병 때문일 것이다.
의사는 분명히 담배를 끊으라고 했을 거고
자신도 암 치료에 최악이라는 걸 너무나 선명하게 알고 있을 텐데도 끊어내지 못하는 걸 보면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습을 보이던 그녀가
한 달에 한번 모습을 보이더니
요즘은 통 보이질 않는다.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끔씩 나는 출입문을 응시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