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가 되면 한없이 얌전한 여성이 매장에 들어와 초콜릿 두 개와 젤리 두 개를 사가지고 간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보다 반복되는 행동이 의아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어느 날은 오후 3시가 넘었는데 테이블에 앉아 핸드폰만 열심히 보고 있었다.
"오늘은 세신대 그냥 계시네요!?"
"죄송해요~애들이 늦게 온다고 선생님이 카톡을 보내서 조금 더 있으려고 하는 데 있음 안 되나요!?"
"아뇨~안될 이유가 어디 있어요? 항상 3시쯤 바쁘게 나가시는데 오늘은 그냥 계시길래 궁금해서 물어 본거예요."
그렇게 짧게 몇 마디 나눈 뒤 몇 분 뒤에 여성은 바쁜 듯 서둘러 나갔다.
어느 날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와 남자아이가 매장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기도 했지만
과거에 초등학생 상대로 보습학원을 운영했던 나는 아이들이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관찰을 한다.
남자아이는 매장에 들어와 한 곳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고 여자 아이는 매장을 경보하듯 뛰어다녔다.
"어쩌지!? 좀 더 기다려 보자!"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지만
나에겐 기다림이란 선택지 밖엔 없었다.
어느 정도 지났는지 모르지만
꽤 긴 시간이라고 느낄 때쯤 3시쯤 오던
여성이 매장에 들어왔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오늘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 늦어지는 바람에 선생님께 편의점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거든~정말 죄송해요."
"아뇨~괜찮아요~"
여성은 죄송하다는 말만 여러 번 반복하고 빠르게
아이들과 갔다.
빠르게 매장을 나간 건
나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라는 걸 안다.
아이들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매장에 들어설 때부터 알았고 보이는 것보다 훨씬
다른 사람들에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여성은 집에서 만들었다며
김밥 한 줄과 초밥 몇 개를 갖고 왔다.
"어머 고마워요~잘 먹을게요"
"어젠 너무 죄송했어요. 사장님께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다음부터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괜찮아요~그런데 어젠 어딜 다녀오셨길래 이쁘게 꽃단장까지 하신 거예요!?"
몇 초간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병원이요"
"어머나 어디 아프세요?"
"네"
"보기에 전혀 아픈 사람 같아 보이지 않은데 어디가 아픈지 말해 줄 수 있어요?"
"우울증이요"
"아~"
아이들은 정신지체 1급과 2급으로 일반 학교가 아닌 장애인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아이들이 그런 것도 자신에 탓이라고 생각되어
긴 시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어 줘서 고맙다며 아이들이 편의점에 오고 싶어 했지만 피해가 될 거 같아 함께 못 왔다고 했다.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아이들과 오라는 말에 하교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매장에 들러 간식을 사가곤 했다.
그렇게 긴 시간 친분이 쌓여을 때
전세로 살고 있던 집이 매매가 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하게 되어다며
나와에 헤어짐을 눈물까지 글썽이며 아쉬워했다.
이사 가기 전날 "다음에 시간 내서 사장님 보러 꼭 올게요."라며 아끼고 아꼈을 법한 예쁜 행주 몇 장을 주고 떠났다.
난 그녀가 지금도 많이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이사간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만나러 오지 못하는 이유 역시 알고 있다.
신은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에 시련을 준다고 했던가!?
나라면 감히 그런 시련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노"
신이 나를 작은 그릇으로 봐주신 거에 감사하며
이쁘고 착한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보러 오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