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웬만한 개인 소규모 카페보다 테이블과 의자가 많다.
그러다 보니 쉼터로 지정되어 다양한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들락날락하곤 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남매를 데리고 와 컵라면과 빵으로 점심을 챙기며 숙제와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 엄마가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들에 학업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끄러운 와중이었지만 아이들과 엄마가 속삭이듯 얘기하는 게 내 귓가에 닿았다.
"엄마 집으로 가고 싶어, 집에 가서 하면 안 돼?"
"집에서 하면 더워서 에어컨도 켜야 하고 컵라면 먹고 난 쓰레기도 버려야 한단 말이야."
"쉿"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기세와 쓰레기처리가 귀찮아서였다니
시끄러운 공간에서 공부를 시키는 것도 그렇고
한참 성장할 아이들에게 컵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챙기는 것 또한 너무 안타까웠다.
조금에 노력과 희생을 한다면 아이들이 집중력 있게 공부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정성 들여해 주는 음식에서 사랑과 행복을 배우고 느낄 텐데 게으름으로 인해 그 나이 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있는 거 같아 엄마와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어떤 게 득이고 어떤 게 실인지 정말 모르는 걸까!?
하루는 큰맘 먹고 엄마와 아이들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
"이렇게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에서 하는 공부는 아이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할거예요."
"네?"
"내가 예전에 초등학생 대상으로 학원을 운영해 봐서 알아요."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그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갔으며 그 뒤로 숙제나 공부를 가지고 매장에 오진 않는다.
하지만 전엔 보이지 않던 애완견을 자신에 품에 안고 아이들에겐 컵라면과 과자 아이스크림등을 사주며 다 먹고 집으로 오라는 말을 남기며 가곤한다.
아이들이 애완견보다 더 큰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며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