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 탁탁"
어느 순간부터 호의가 권리로 바뀌면서
그가 우리 매장에 오는 것이 반갑지가 않다.
한쪽 손이 불편한 그는 지팡이로 자신에 방문을 알리는 신호음처럼 유리 문이 깨지지 않을 만큼만
"탁탁 탁탁"하고 두드린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아메리카노 한잔을 뽑아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 앉아
성경책을 노트에 열심히 필사한다.
간혹 전화를 받을 때면 둘만에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알 정도로 큰소리로 긴 통화를 한다.
한 손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나를 비롯해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은걸
이해 쪽으로 매듭지곤 한다.
아메리카노 커피 머신을 이용할 때도
셀프임에도 불구하고 뽑아서 테이블에 갖다 주는 걸 당연시했으며 간혹 가다 도시락이나 컵라면을 먹을 때도 자신에 테이블로 갖다 달라고 했다.
바쁘지 않을 땐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다 줬으며 구매 물품이 아닌데 필요하다고 하면
선뜻 내어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손님이 많은 와 중에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주지 않는다며
화를 냈고 스스로 컵라면에 물을 넣다
너무 뜨거워서 놓친 건지 그냥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욕설이 담긴 화를 내며 가버렸다.
과연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 미안하단 말 한마디 안 하고 가버렸을까!?
손님들이 나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해 줬을 텐데
잠시에 배고픔을 못 참고 그렇게 바닥에 날리 부르스를 해 놓고 가다니~
그 일 이후 그는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탁탁 탁탁"
그가 또 매장에 왔다.
오늘은 도시락과 컵라면 두 가지를 골라 계산했다.
포장해서 집으로 가길 바랐으나
그는 매장에서 취사를 할 생각으로 계산하면서부터 전자레인지와 뜨거운 물을 부어
자신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갖다 달라고 했다.
손님도 없고 한가하니 어려울 것도 아니었기에 알았다고 했고 컵라면 내동댕이 친 거에 대한 사과도 받아야겠단 생각으로 하나하나 챙겨 갖다 주며 "지난번에 컵라면 일은 저한테 사과하셔야 하지 않으세요!?"
"몰 사과해!? 네가 제대로 안했으닌깐 그런 사태가 벌어진 거지!!"
"원래 아메리카노도 그렇고 컵라면, 도시락 모두 셀프로하시는 거예요. 한쪽 손이 불편하시닌깐 제가 도와 드리는 것뿐이고 당연히 제가 해 드릴 의무는 없어요."
"못돼 쳐 먹은 거 같으니라고, 담엔 여기 안 와!!!"
"담엔 여기 안 오셔도 되지만 다른 곳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이 도와 드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면 안 되고 도움이 필요하시면 요청하시는 게 맞으세요."
도에 지나치게 대들듯 가르치듯 말했지만
그분이 어디 가서 한쪽 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호의를 당연시하는 마음이 아니라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년 만에 큰 맘먹고 얘기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를 그는 매장에 오지 않았지만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