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놀이, 스릴과 협동을 통한 성공경험은 덤
안경을 쓰고 있으면 세상이 명료하게 보입니다. 안경을 껴서 인상을 달라보이게 할 수도 있어서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안경이 얼굴의 일부분이 된 듯해서 안경을 벗으면 어색한 지인이나 연예인들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돋보기 안경을 써야 활자나 바늘귀가 보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우리의 일상에서 안경은 흔합니다.
어릴 때는 시력이 좋은 친구들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 시절 장난감 안경을 학교에 가져와서 쓰면서 달라진 얼굴을 보며 놀리거나 스스로 즐거워하며 놀았지요. 수수깡으로 안경을 만들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깔깔 웃던 미술시간도 있었습니다. (금새 망가진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요새는 시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안경을 쓴 친구들이 과거보다 많아진 게 확연합니다. 가까이에서 장시간 보는 휴대용 미디어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산책을 하거나, 놀이를 오래 하면서 멀리보는 일이 줄어든 탓도 있을 겁니다.
멀리보는 것으로 몽골 사람들의 시력이 좋기로 유명하지요. 평소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에 눈이 걱정된다면 산책 등을 하며 자연스럽게 멀리 보라고 합니다. 어린이들에게는 단연코 밖에서 노는 놀이가 좋지요. 밖에 나와서 친구들을 만나 놀이를 하면 분위기 파악을 위해 시선을 멀리 두게 되니까요. 시력이 나빠지지 않게, 안경을 되도록 늦게 쓸 수 있다면 꼭 시켜야하지 않을까요?
전래놀이 하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어린이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놀이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바닥에 두 개의 동그라미를 그려넣습니다. 그 모양이 안경 알 두개가 있는 것 같아서 안경놀이입니다.
두 개를 똑같이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크기를 조금 다르게 그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럼 크기는 어느 정도냐고요? 놀이를 하는 사람의 숫자에 맞추면 됩니다. 그러니까 두 개의 안경 알에 다 들어가서 모여 있을 때 술래가 밖에서 손이 닿을랑 말랑하지만 안 닿아야 한 정도의 크기지요. 그래서 맨 처음 그릴 때는 눈 짐작으로 대강 그려놓고요, 줄여나가도 됩니다. 적당히 그리는 것이 싫고, 정확하게 그리고 싶다면, 한 사람당 필요한 면적을 계산해서 그리면 됩니다.
그런 후에 술래 한 명을 정합니다. 맨 처음 술래는 놀이를 지도하는 사람이 시범으로 몸소 해주시면 좋습니다. 안경 알 안에 들어간 사람들을 손으로 터치하면 아웃이 되어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원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손이 닿으랑 말랑 안 닿게 그려놓은 원인데, 어떻게 술래 한 명이 사람들을 터치해서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까요? 이게 놀이의 재미입니다.
오싹하게 해서 몰아가기
시작 알려주기
술래는 맨 처음 어떤 구호를 하나 외치면서 내가 이제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제부터 시작”이거나, “간다~“거나, 우리에게 익숙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거나,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시작 구호를 외치면 시작입니다.
술래 역할
사람들은 모두 원의 중심에 딱 맞춰서 모두 바짝 붙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술래가 원 밖에서 손을 뻗으면 터치될 사람이 없을 때입니다. 술래가 원의 양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자신의 손이 안경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닿을 것처럼 여유를 부려야 합니다. 그러면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긴장합니다. 터치되면 밖으로 호출되어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않기 위해서 안에 있는 사람들과 바짝 붙어서 서 있습니다. 평소에는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가 있어서 물리적 거리도 굉장히 먼 편이지만, 이 놀이를 하면 어쩔 수 없이 서로 물리적 거리를 좁혀나가게 됩니다. 서로 대강 서 있다가 보면 술래가 원 밖에서 손으로 터치하면 아웃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바짝 붙어서 술래를 피합니다.
놀이하는 사람들을 아웃 시키려면
또한 술래가 안경 밖에서 손을 쭉 뻗은 채로 안경 원을 한번 휘저으면서 달리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술래를 피해 한걸음씩만 서로 뒷걸음질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안경의 중심에서 벗어나 한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술래가 재빨리 바깥에 있는 사람을 터치합니다. 그럼 아웃이 됩니다. 한 명, 두 명 정도 이렇게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면 모두가 술래가 되어 원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바깥으로 빼면 됩니다. 아참, 원 안이 작다고 느껴지거나, 술래를 피해 도망가고 싶다면, 한쪽 발로만 뜀뛰면서 맞은편 원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술래가 몇 명 없으면 술래를 피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많아지면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 많은 술래들이 한눈을 팔 때가 있습니다. 그럼 그때가 절호의 찬스입니다.
쥐락펴락하기
맨처음 술래가 한두명을 밖으로 빼내면, 모두가 술래가 됩니디. 두 명, 세 명의 술래는 두 개의 원 가운데에서 다시 구호를 외칩니다. ‘우리가 술래가 되었고, 이제 시작한다’는 의미고 있고요. 원 안에 있는 사람들은 긴장을 잠깐 풉니다. 바짝 긴장시키다가 살짝 풀어주기, 놀이의 재미 아니겠습니까.
술래가 밖에서 왔다갔다 하면 터치 안 되려고 무척이나 신경을 써야하거든요. 이 구호를 외치는 시간에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술래가 한 명일 때는 그냥 배를 쏙 집어넣거나, 원 안에 있는 사람들과 바짝 붙으면 피할 수 있었지만, 두세 명으로 늘어나면 아무래도 아웃되어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두세 명이 손을 뻗어서 원 안을 한 바퀴 돌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 중심을 잃고 선에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있게 되거든요. 그러면 계속 술래가 생기지요.
술래의 난관
많이 생긴 술래들은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가운데에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시작해야합니다. 그럼 사람들의 수에 맞춰 그려둔 원은 이제 사람들이 점점 바깥으로 나가게 되니 공간의 여유가 생겨 안에 있는 사람이 가운데에 서면 밖으로 꺼낼 수가 없습니다. 술래들이 원 밖에서 손을 뻗어도 한두 명만 남은 사람에게 손이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놀이지도 할 때
다 알려주지 마세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협동이 필요한 때를 스스로 알아내기
바깥에 술래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됩니다. 술래들이 개별 플레이가 아니라 팀 플레이를 하면 됩니다. 조건은 하나입니다. 선을 밟지만 않으면 됩니다.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터득하도록 한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마시고요.
놀이를 지도하는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분명 어떤 방법을 생각해낼 것입니다. 답은 이번 글의 과제로 남겨두겠습니다.
협동의 파급력
어떻게 하면 원 안에 있는 마지막 한두 명을 바깥으로 빼낼 수 있을까? 아이들은 이 방법을 알아낼까요? 네, 알아냅니다. 단 많이 해봐야합니다. 누군가가 협동하자고 제안하고, 그 방법이 좋은 걸 알면 너도나도 협동하자고 합니다. 협동의 전파라고 할까요.
놀이를 배우는 어른들은 처음엔 알지 못했습니다. 놀이지도 선생님께 ‘협동방법’을 배우고 나서는 놀이를 배우는 어른들은 이 방법을 써서 원 안의 모두를 바깥으로 빼낼 수 있었습니다.
놀이가 한번 끝났을 때
모두가 밖으로 나오면 새롭게 시작하면 됩니다. 이때 원의 크기를 줄일지, 키울지도 정하면 되지요. 너무 빨리 끝난다면 조금 키우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남았지만 밖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잡히질 않는다면 크기를 줄이는 거지요.
안경놀이로 느낀
특별한 감정을 잊을 수가 없어
다시 하고 싶어집니다
여러번 해봐야 아는 놀이의 재미찾기
놀이는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놀이를 여러 번 해 봐야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양쪽의 방법을 다 파악하죠.
첫째, 놀이를 하면서 술래를 피하는 요령을 알게 됩니다.
둘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빼낼 술래만의 비법도 알게 됩니다. 어떻게 사람들을 오싹하게 해야 꽉 뭉쳐서 단단히 결속한 무리들을 풀어지게 할지 감을 잡습니다. 술래의 힘을 덜 빼면서 말이죠.
협동한 후에 남는 감정
어른이 된 저는 놀이를 통해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놀이’를 위해 협동하는 경험을 하며 특별한 감정을 경험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사람들을 밖으로 빼내기 위해 함께 팀플레이를 하면서 느낀 감정이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웠고요,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해냈다는 집단의 감정이었습니다. 또 힘을 합치면 이게 되는구나와, 누군가를 믿는 경험과 그 이후에 오는 감정이 놀라웠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지도할 때면 초창기에 이 놀이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런 감정과 경험을 글로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직접 해봐야 아는 경험, 어른들끼리 이 안경놀이를 하는 것이 어렵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어떠신가요? 어린 아이일 때 놀이를 통해 친구에게 다가가는 법을 알고, 놀이의 즐거움과 함께 성공 해냈을 때의 그 짜릿한 감정을 놀이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협동 방법 한 가지 공개
그럼, 끝까지 읽으신 분들을 위해 아까 팀플레이 과제를 밝혀드리겠습니다.두 세 명씩 팀플레이입니다. 한 명 혹은 두 명이 한 사람의 손을 잡고 버텨주면 한 사람이 최대한 기울일 수 있습니다. 한 명보다는 두 명이 잡아주면 더 기울어질 수 있고, 그럼 원 안에 더 멀리 손을 뻗을 수 있습니다.
자, 머릿속으로 상상해보세요.
많은 수의 팀들이 원 밖에서 이렇게 손을 뻗으면? 안에 있는 사람은 깜짝 놀라서 중심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중심 밖을 벗어나는 순간 터치되거나, 밖에서 최대한 기울여서 손을 뻗어도 안 된다면, 그 사람이 승리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모두가 바깥으로 나오면 성공했다고 모두가 소리지릅니다. 마지막 한 사람은 술래의 경험이 없으니 실패한 느낌이 남냐고요? 아니요. 다음 판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하게 되겠죠? 한 사람이 남아서 모두가 패배감을 느낄까요? 아니요. 이미 아웃시킨 사람들이 있으니 기분 좋게 끝납니다.
여러 번 하는 전래놀이의 전과정이 재미있는 것, 그것이 놀이의 재미입니다. 한번 하면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만, 여러 번 하면 서로 이것저것 여러차례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