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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수정 Aug 23. 2022

4-3. 고객여정지도와 진실의 순간

chapter4. 브랜드 경험과 고객여정지도



“저희는 최고 의료진이 최상의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 말고 굳이 다른 서비스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데스크 직원들이 고객에게 친절하게 응대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비스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가끔 이렇게 말하는 원장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의 핵심이 진료이므로 진료만 잘하면 된다거나, 고객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 데스크 직원의 서비스가 고객 서비스의 전부인 것으로 오해하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 원장님들은 고객 경험을 일부분의 접점에 한정시켜 생각하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대개 병원을 찾는 고객은 전화로 문의와 예약을 하고 주차를 한 후, 데스크 접수 후 대기를 합니다. 상담을 한 후 진료를 받고 수납을 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와 같은 접점은 더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고객은 이 접점 하나하나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경험을 하곤 합니다. 


      

ㅣ고객여정지도, 진실의 순간을 시각화하다    

  


병원은 모든 접점에서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전달해야 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모든 영역을 포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접점에서 긍정적 경험, 혹은 부정적 경험을 결정하는 시간은 단 15초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이 짧은 순간을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고 부릅니다.  이 용어는 스페인의 투우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투우사와 소가 일대일로 대결하는 최후의 순간을 의미합니다. 이를 스웨덴 학자 리차드 노먼이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얀 칼슨 회장이 쓴 <결정적 순간 15초>란 책에서 인용되어 널리 알려졌습니다. 칼슨 회장은 한 해 1천만 명의 승객이 각각 5명의 직원과 접촉하는데 걸리는 응대시간을 평균 15초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1회 15초 동안 고객의 마음에 5천만 번의 서비스 이미지를 새기라 주문했습니다. 요즘같은 디지털화된 시대에는 과연 어떨까요? 다양한 온라인 채널들 때문에 MOT는 더욱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가 더욱 커졌습니다.     


고객의 접점을 최대한 찾아내고 그를 정의하여 관리하기 위해서는 고객여정지도(Customer Journey Map)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의 뜻은 ‘서비스를 경험하는 고객이 서비스를 접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부터 서비스가 끝나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을 순차적으로 나열하고 시각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객의 구매 과정을 하나의 여행으로 설정하고 그 여정을 나타낸 지도를 그리는 것인데요. 진실의 순간들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수집하고 정리한 지도인 고객여정지도는 고객경험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핵심도구가 됩니다. 이때 고객경험은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활동과 함께 이런 활동을 제공할 때 생기는 감정, 이 두 가지 측면에서 가치를 제안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부터 병원을 나가는 순간까지의 경험의 순서는 물론 우리의 행동, 고객이 느끼는 감정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객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단계별로 어떤 접점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접점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객과 브랜드 사이에 나타나는 상호작용 지점을 순차적으로 나열해서 문제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고객접점은 크게 구매 전 접점(마케팅, 광고, 웹사이트 등), 구매시 접점(매장, 판매원, 판촉행사 등), 구매후 접점(제품사용, A/S, 고객관리 프로그램 등)으로 구분됩니다. 고객여정지도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고객의 브랜드 가치 경험을 개선하고, 더 나은 가치 경험을 줌으로써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ㅣ우리 병원의 고객여정지도 그리기    

  

고객여정지도는 고객의 시각으로 초진, 재진 등의 프로세스로 정의한 후 각 접점의 행동과 절차상에서 생긴 문제점 개선, 핵심 MOT 정의 등을 합니다. 이때 새로운 접점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고객여정 지도의 작성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고객을 대표하는 가상 인물 설정하기: 페르소나     

고객여정지도는 고객경험을 관리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순차적으로 그려야 합니다. 그래서 고객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고객 유형을 대표하는 가상의 캐릭터 페르소나(Persona)를 만듭니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고객의 경험, 요구사항, 행동을 파악하게 됩니다. 작성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우리의 페르소나 홍길동의 경우 이 상황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 무엇을 원할까 등 그 페르소나에게 묻고 답해야 합니다.     


②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대표 이동 동선(대표 접점, MOT) 순차적 나열     

병원의 접점은 우리 병원을 홍보하는 광고 컨텐츠, 홈페이지 방문, 전화문의, 온라인 상담 후 예약, 주차장 찾기, 병원 입구, 접수, 대기, 진료 등 너무나 많은 접점이 존재합니다. 이때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을 기준으로 굵직하게 고객의 동선을 초진, 재진별로 나열한 후 가감해야 할 접점을 정리하여 최종 접점을 정의합니다.     

이 단계를 더욱 정교하게 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혹은 환자가 되어서 직접 체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프로세스를 규정하면 직원들은 자신의 역할 외에도 타 부서의 역할 및 프로세스의 등의 모든 단계와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대기시간이 지연되거나 중도 이탈이 될만한 프로세스는 이 단계에서 모두 해결해야 합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은 프로세스는 직원들이 각 접점에서 브랜드 가치 전달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③ 각 MOT 여정별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 응대언어와 고객의 감정 기술(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각 접점별로 어떠한 터치 포인트가 있는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의 측면으로 기록해보며 우리가 하는 행동과 언어들을 스크립트 형태로 기술합니다. 이때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것들은 인식하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직원과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쉽고 구체적인 명쾌한 문장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④ 각 여정별 개선된 브랜드 가치 반영하기(Do & Don’t)     

고객이 내원해서 나가기까지의 여정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절차대로 그려봅니다. 그리고 각 접점마다 감정의 상태를 기록합니다. 각 접점에서 브랜드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우리의 핵심가치 측면에서 페인 포인트(parin point)와 가치를 적용할 포인트를 찾아내고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 그리고 Do & Don’t 서비스를 찾아내 차별점을 각 접점에 반영합니다.     



브랜딩을 하지 않은 보통의 병원에서는 이 부분에서 고객 만족과 친절을 강조하는 행동과 언어를 기술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친절한 목소리로 여기에 검체 받아오시면 됩니다 등) 하지만 우리는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위한 가치 언어를 노출시킵니다. (정확한 검진을 위한 이 무균용기에 검체 받아오시면 됩니다.) 이렇게 프로세스마다 가치를 입힌 우리 병원다운 경험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이미지 상을 이루게 되고, 환자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이 단계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도움이 됩니다.     


* 우리의 브랜드 미션, 공동의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

* 고객은 어떤 어려움이 있고, 욕구는 무엇인가, 욕구파악

* 어떻게 우리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안제시

   


⑤ 앞의 내용을 바탕으로 롤플레잉(R/P)     

완성된 내용을 바탕으로 롤플레잉(환자 및 직원의 역할 연습)을 통해 해당 내용을 익히고 체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실제로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내용이 다듬어지고 자연스러운 입말로 체화됩니다. 뭔가 불편하거나 맞지 않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피드백을 통해 반영하여 최종적으로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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