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직원과 브랜드 문화
우리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주세요
직원들이 매뉴얼 규칙만 따르면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몇 년 전 브랜딩 목적으로 한 병원의 내부 조직 변화를 주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구성원들의 브랜드 내재화를 위해 수백 페이지의 브랜드 가치 전달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스크립트를 일일이 작성했습니다. 또한 이를 직원이 구두로 전달하도록 학습을 시켰었지요. 매뉴얼의 결과물은 만족스러웠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초기에 직원들의 저항이 심했습니다. 요구하는 행동의 지속성도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달라짐에 따라 매뉴얼대로 일일이 시행하는 것에 한계가 생겼습니다. 매뉴얼과 현장이 따로 분리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에는 외부 교육이나 미팅 자체가 어려워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이 프로그램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규칙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샤론 브램은 ‘금지할수록 더욱 소유하고 싶은 심리’를 뜻하는 ‘리액턴스 효과(reactance effect)’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요구와 제재, 규칙은 사람들로 하여금 순응이 아니라 저항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매뉴얼의 세세한 규칙들은 직원들에게 큰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병원에는 출신학교, 성장 과정, 취향 등이 모두 다른 직원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의 가치관과 행동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들을 하나의 구심점으로 모으는데 필요한 것은 규칙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조직 구성원에게는 행동 매뉴얼보다 정신교육이 더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규칙에 의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닌, ’가치에 의한 브랜드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핵심 가치는 조직에서 허용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이 기준이 됩니다. 개인의 행동을 일관성 있게 만듭니다.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의 우선순위와 기준을 정해줍니다. 조직의 핵심가치가 확실하게 잡히면 사공이 아무리 많아도 배가 산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기반한 브랜드 문화는 곧 돈이 되고 경쟁력이 됩니다.
가치가 우선인 병원의 대표적인 사례로 메이요 클리닉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병원의 가치는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 가치는 메이요 클리닉의 모든 문화 속에 속속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은 서비스 체계나 진행 절차, 진료 공간과 공공 장소의 설계, 고정급 제도, 집단 진료 등의 모든 과정에 이 핵심 가치를 적용합니다. 단순히 반영할 뿐 아니라 이를 강화합니다. 전략적 계획 및 모든 운영 전략과 전술은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 라는 가치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이 핵심 가치는 클리닉의 존재 이유가 되고, 조직이 나아갈 방향이 됩니다.
핵심 가치가 조직과 구성원에게 내재화되는 것은 한번에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이해와 동의를 통한 수용의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매뉴얼이 필요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공유를 한 결과로 매뉴얼이 나오는 것이지 매뉴얼을 만들고 숙지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병원의 핵심가치를 수립할 때는 탑다운(Top-down)이 아닌 바텀업(Bottom-up: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의 접근 방식이 좋습니다. 물론 경영자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경우 속도는 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의 공감을 얻기는 힘든 법입니다. 예전에야 이런 방식이 통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텀업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지킬 핵심 가치는 구성원 스스로 만들어야 긍정적인 합의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의 핵심 가치는 일방적인 지시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병원을 컨설팅할 때 직원들과 함께 핵심 가치를 수립하는 시간을 오래도록 갖습니다. 예를 들어 헌신, 책임, 열정이라는 핵심 가치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를 그냥 단어로 만났을 때와 그 단어가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한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서 의견이 모일 때 비로소 자발적 의지가 생깁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 됩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행동할 때보다 스스로 정한 것을 실천할 때 책임감이 커지게 마련입니다. 이것을 내가 선택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기업 가치관은 경영진의 뜻대로 만들어낸 단어 중에서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내용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