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미국에는 ‘칙필레’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맛있는 치킨 샌드위치로 사랑받는 곳입니다. 이 브랜드는 1967년 창업 이래 50년 이상 단 한 번도 매출이 꺾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매출 규모는 미국 내에서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다음으로 3위에 위치하지만, 매장당 평균 수익은 패스트푸드 체인점 가운데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그럼에도 매장 수는 맥도날드의 1/5 수준에 불과하지요. 저는 문득 이 브랜드의 성공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무엇이 이 조그만 치킨 브랜드를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어 놓았던 것일까요?
그것은 칙필레가 지향하는 가치가 너무도 뚜렷하고 선명했기 때문입니다. 이 브랜드는 직원들의 행복을 가장 큰 가치로 여깁니다. 그래서 일요일엔 1조 이상의 수익을 포기하면서도 문을 열지 않지요. 직원들의 학업을 위해 해마다 엄청난 장학금을 쏟아붓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결국에는 칙필레의 점주가 됩니다. 이 브랜드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니 회사가 번창할 수밖에 없습니다. 칙필레의 점주가 되려면 수없이 많은 면접과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심지어 구글 입사보다도 힘든 합격률 0.13%의 경쟁을 뚫어야 하지요. 게다가 점주가 된 후에도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칙필레의 점주가 되려는 행렬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병원 경영을 이야기하면서 느닷없이 치킨 브랜드 얘기를 꺼내놓느냐구요? 그것은 브랜딩이란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브랜딩의 핵심입니다. 저는 치킨 샌드위치 하나로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듯이 사람들은 병원을 통해 치료와 행복을 경험하기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이 다를 뿐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데에는 핵심적인 가치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수없이 많이 ‘가치’를 이야기했습니다. 가치의 사전적 의미가 바로 인간의 필요와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병원은 많은 환자를 불러 모아야 합니다.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과정은 치킨 버거를 팔 듯 의료 행위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이란 병원과 환자가 관계를 맺어가는 소통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결혼을 위해 오랜 시간 그 사람을 알아가듯이, 환자를 역시 병원 방문과 치료의 경험을 통해 나름의 암묵지를 쌓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병원은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병원은 친구와 가족 이상의 신뢰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저는 진정한 병원 브랜딩이란 이처럼 의료 서비스 이상의 무언가를 환자들과 나누는 과정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 병원들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음을 오랜 컨설팅 경험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병원 경영은 어렵습니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그 와중에 개원을 한다는 것이 때로는 엄청나게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나라에 좋은 병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훌륭한 병원이 더 늘어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병원은 생명이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름의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들을 매일같이 만나왔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함께 고민하고 생존과 성장의 해법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방법이 바로 ‘브랜딩’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모쪼록 이 책을 읽는 모든 원장님들이 처음 의사 면허를 취득했던 그 때의 뜨거움으로 최고의 병원을 만들어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환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고, 그 결과 더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병원과 의사, 환자가 모두 행복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겠지요. 그런 세상을 바라며 이 책을 썼습니다. 부디 이 책이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