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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수정 Aug 23. 2022

4-2. 친절의 늪이라는 아이러니

Chapter4. 브랜드 경험과 고객여정지도


고객만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습니다.
환자를 친절하게 응대하기 위해 수시로 CS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고객만족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고객의 평가가 크게 나아지지 않네요.
환자 유입도 늘어나지 않구요.


     

한 내과 원장님의 하소연입니다. 새로 개원을 한 그 원장님은 의욕이 넘치는 분이었습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고객 만족에 사활을 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이 병원은 심지어 고객을 위한 친절 응대 매뉴얼을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인사, 전화, 태도 등 항목별로 아주 다양하고 구체적인 지침이 적혀 있었습니다.     


① 원내에서 만나는 모든 환자, 보호자, 방문객에게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30도 숙여 “안녕하십니까? 라고 큰소리로 인사한다.
② 고객이 오시면 반드시 일어서서 웃으며 30도 숙여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한다.
③ 고객을 보낼 때 반드시 30도 숙여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끝인사를 한다.
④ 인사는 언제나 내가 먼저 할 때 더욱 효과가 있다.
⑤ 인사 전후에는 반드시 상대방을 바라보도록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성의하고 형식적으로 보인다.
⑥ 인사는 3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고개를 까딱하는 인사는 인사하는 것 같지가 않기 때문에 받는 사람도 인사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된다.
⑦ 직원 상호 간에도 항상 만날 때마다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저는 이것을 보는 순간 아찔했습니다. 친절 응대를 위해 이러한 세세한 지침을 실천해야 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대단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친절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무제한적으로 친절을 베풀어주는 게 능사일까요? 직원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친절을 베푸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들은 항상 다른 병원, 다른 부서보다 더 친절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합니다. 또한 어제보다 더 나은 친절을 베푸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와 변덕스러운 고객 만족의 기준도 모호할 것입니다. 친절의 한도가 없기에 직원들은 모두 진이 빠져 있었습니다.    

 


이렇듯 병원이 친절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친절의 늪에 빠지는 아이러니 생깁니다. 직원이 친절할수록 환자의 만족도 관리는  어려워집니다. 친절하다는 소문이 날수록 고객은 작은 불친절에도 분개하기 쉽습니다. 더욱  나은 친절을 요구합니다. 고객만족은 결코 도달할  없는 목표입니다. 미국의 심리학과 교수인 필립 브릭먼 교수는 ‘어떤 일로 유발된 심리, 정서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 제자리로 돌아가는 적응 현상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의 경우 행복이 오래 지속할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평균 3개월이 지나면  기쁨과 행복히 완전히 사라진다고 합니다. 로또에 당첨되고  행복을 지속해가려면   물질적 보상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렇게 행복의 기준이 계속해서 높아지기 때문에, 쳇바퀴처럼 행복은 도달할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이는 실제 고객 서비스를 통해서도 입증이 되었습니다. 풍요로운 경제와 다양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만족도가 저하되는 현상은 ‘서비스 패러독스(Service paradox)’로도 설명할  있어요. 한국소비자원의 불만 상담  제품 불만은 90년대  대비 12% 줄었지만, 서비스 불만은 86% 증가했습니다. 이렇듯 서비스 환경이  좋아져도 고객만족도는 떨어지는  현실입니다.




ㅣ친절을 넘어서는 방법


과연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병원에서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음식을 만든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고객이 만족하는 병원 음식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병원에서 아무리 고객을 배려해서 정성스럽게 식단을 짠다고 해도 결코 모든 고객의 만족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똑같은 음식을 놓고, 어떤 환자는 싱겁다고 할 것이지만 어떤 환자는 짜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어떤 환자는 냄새가 맞지 않아 싫다, 또 어떤 환자는 맛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고객 환자의 욕구를 다 충족시켜주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들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암병원에서는 음식이 너무 중요한 암환자에게 고른 영양소 구성, 맛있는 조리법과 같은 음식의 기능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단지 최고의 한끼를 주기 위한 ‘노력’을 표현했습니다.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는 물론 국내 최고의 요리 연구가를 상주시켰습니다. 그 분이 정성껏 요리를 하고, 메뉴를 구상하는 모습을 담아 공개했습니다. 환자들은 내가 먹는 한끼에 어떤 노력과 정성이 담겼는지, 그 가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환자들은 환자식을 먹으면서 ‘짜다, 싱겁다’의 주관적인 평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삶에 대한 위로와 치유의 한끼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 환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pixabay


경험에 대한 또다른 사례를 들어볼까요? 사실 병원에서 가장 부정적인 환자 경험은 바로 치료시 겪게 되는 ‘통증’입니다. 과연 이 통증이라는 부정적 경험을 긍정적 경험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주사 처치시의 통증 케어를 단순히 친절한 서비스로 접근한다면 이 정도일 것입니다.     



“따끔합니다(사전 고지)”

“많이 아프셨죠(공감)”

“잘 참으셨어요(감정의 지지)”      



이것은 <EBS 다큐프라임>에 소개된 착각 실험 중 치과의 사례입니다. 치과에서 환자에게 가짜 리모컨을 주고 버튼을 누르면 통증이 줄어든다고 말하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리곤 치료가 끝나자, 환자는 아플 때마다 버튼을 누르자 고통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하며 행복해합니다. 이는 실험이지만 실제로 치과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실제 어느 치과에서는 지금 활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나는 청담동의 모 피부과입니다. 필러를 맞을 때 고객은 몹시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고객의 턱에 진동기를 가져다 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주사를 맞을 때 진동을 주었습니다. 고객의 주사 부위에 대한 집중이 분산될 뿐 아니라 미세한 진동으로 인해 통증을 덜 느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이 진동기는 제품을 섞을 때 사용하는 믹서와 같은 용도의 기구였습니다!) 그 결과 고객은 이 병원은 덜 아픈 필러가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pixabay


의례적인 친절함을 넘어 통증을 경감시킨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특별한 가치를 전달하는 서비스입니다. 이 때문에 모든 환자들이 자신을 소중하게 돌보는 병원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서비스를 한다면, 앞서 언급한 ‘서비스 패러독스(Service paradox)’의 덫에 걸릴 염려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병원은 오로지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만 전념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고객 친절의 패러다임은 브랜드의 가치 전달 패러다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좋은 향기 나는 대기실-> 우리 브랜드에 맞는 향기가 나는 대기실  

모두가 친절하게 인사하기-> 각 접점에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기

“안녕하세요 00병원입니다” -> 병원 브랜드에 맞는 슬로건 만들기(ex: “어지럼 없는 세상 **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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