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 브랜드 경험과 고객여정지도
“광고와 SNS를 접하고 왔는데, 와보니 정말 아니네요.”
“실제 병원의 다른 모습에 정말 속았다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네이버 광고의 힘입니다. 가지 마세요”
다른 병원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하다 발견한 리뷰에 실제로 올라와 있는 글들입니다. 왜 이런 분노 아닌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걸까요? 아마도 내원하게 만들었던 이유들이 실제 경험하고 나니 너무나 달라 기대했던 이미지가 산산조각 깨져서이지 않을까요? 브랜드는 약속을 지키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약속’이란 무엇일까요? 실제 우리가 지킬 수 있으며, 고객에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차별성입니다.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브랜드는 허상일 뿐입니다. 브랜드 이름에 내건 약속은 통합적인 관점에서 일관되고 일치된 경험으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이미지가 실체로서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볼보자동차는 내구성이 좋고 안전합니다.’
볼보자동차 홍보 기사에서 접한 문구입니다. 이는 단지 볼보사에서 내세운 브랜드 광고에 그치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이는 볼보차에 대한 고객의 경험과 일치합니다. 실제로 오랜 연식의 볼보차들이 거리를 주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고객은 1966년형 볼보차(PI800)를 타고 450만km라는 주행거리를 기록해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 또 5중 추돌사고에서 볼보 차량 탑승자만 멀쩡했다는 기사를 보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이렇듯 수많은 고객들이 실제로 볼보의 내구성과 안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구동성으로 튼튼하다, 안전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볼보라는 브랜드와 고객의 경험이 일치함으로써 브랜드의 실체가 생생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최근 브랜딩에 힘을 쓰는 병원이 많아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많은 병원들이 브랜드의 방향과 가치를 정리한 후 구성원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껏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놓고 이를 고객인 환자가 경험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병원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 비전이 광고와 홈페이지, 대기실에서 문구로만 머무는 경우들입니다. 병원의 경험이란 고객이 들어와서 나가기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포함합니다. 의사의 진료, 직원의 행동, 태도, 물리적인 환경, 이용 절차 등과 같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는 물론 심지어 휴먼웨어의 요소로 환자에게 전달이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병원의 각 접점에서 360도의 각도로 일관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고객이 외부에서 인지한 브랜드 이미지와 실제로 방문해서 느끼는 경험적 이미지가 다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과거에는 외부로 보이는 가짜 이미지로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유지되는 병원 브랜드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환자들이 광고는 스킵해도 댓글은 꼼꼼히 읽습니다. 후기나 리뷰 컨텐츠가 병원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경험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한 디지털 노마드 세상에서 더 이상 스스로를 위장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내부 브랜드의 경험 설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고객 유입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됩니다. 재방문하지 않는 것은 물론 소개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왔다가 다시는 오지 않는 일회성 고객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런 브랜드 경험은 단순히 직원들의 친절로 무마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경험은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포함합니다. 즉 ‘어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가’(통증주사, 무릎수술, 교정치료 등) 만큼이나 ‘이를 어떻게 제공하는가’가 중요해졌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어떤 병원은 제공하는 서비스가 매우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고객들로부터 많은 불평을 듣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브랜드 가치와 일치하는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볼께요. 볼보의 '안전'의 경험처럼 모병원에서도 ‘안전’이라는 우리의 핵심가치를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불안해하는 고객에게 안전약속 가치를 언급하며 고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거나(저희는 트리플 안전 검사를 통해 보다 정확하고 합니다), 안전에 대한 약속을 위해 생년월일과 고객 성함으로 고객을 이중확인을 하는 행동(안전을 위해 다시 한번 성함과 생년월일 확인하겠습니다. 00000 맞으십니까?)을 반영하거나, 검사 전 장비에 대한 안전가치를 설명하는(지금 하실 이 검사를 위한 장비는 안전한 수술을 위해 최소 11가지 이상의 안전 항목을 사전에 체크합니다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였습니다.
안전을 위해 장비를 점검하는 횟수 및 '안전을 위해 저희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느려도 안전하게 가겠습니다'와 같은 슬로건을 눈에 보이게 가시화했습니다. 장비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증거를 부착했고, 의료진은 전문의로만 구성하였으며, 안전 실행을 위해 정기적인 의견을 교류하며, 들어와서 나가기까지 안전이라는 가치를 수없이 노출했습니다.실제로 이렇게 안전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병원이었기에 그것을 더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현했을 뿐입니다. 이렇게 강조되고 반복되는 일관된 언어와 행동들이 이 우리의 가치관과 의지를 반영하는 것들이며 브랜드의 약속과 일치하는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요즘은 환자들이 병원에서의 경험을 SNS에서 공개합니다. 어느 병원에 갔더니 진료가 좋았다, 진료비 설명이 없더라, 음식이 좋지 않았다 등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렇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친절로 대표되는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 패러다임은 버리고, 브랜드 가치에 의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죠. 고객이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 브랜드는 실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필자는 컨설팅 전후 고객 대상으로 “우리 병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입니까?”라는 병원 연상 이미지 질문을 많이 합니다. 모병원의 경우 과거에는 이 물음에 고객이 “친절하다”, “가깝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 전달을 하고 나면(브랜드 약속을 지키고 나면) 고객들은 브랜드 가치로서 전달한 속성 중 하나인 “전문적이다”, “ 의료기술이 높다”라고 하며, 때로는 브랜드 선언문이나 컨셉을 말하기도 합니다. 브랜드 가치가 전달되면 서비스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더 친절했다고 느끼고, 더 만족스러웠다고도 답합니다. 또 모병원의 경우 브랜딩 전에는 병원 선택 이유가 브랜딩 전에는 ‘가격’이었는데, 시력교정전문으로 브랜딩 후에는 ‘의료장비의 수준과 의사의 실력’이라고 답변하는 결과를 보았습니다.
또한 놀라운 것은 브랜드 가치 전달이 직원 직무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제가 컨설팅한 병원들의 브랜딩 전후 직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일한 근로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직무만족, 인간관계, 병원 신뢰도 부분에서 더 나은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이직율 감소에도 반영되었습니다. 브랜드로 인식된 이러한 경험은 고객을 다시 오게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주변에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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