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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늘 Sep 15. 2024

인생아, 인생아, 인생은 무엇이니?

사교육비 제로

 안녕, 나야.

오십이 다 되어가지만 인생을 모르겠어.

이제 겨우 반편생 산 것인가?

나는 굽이굽이 인생의 몇 고개를 넘은 것일까?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 엄마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어. 그 말 한마디가 나를 붙잡았고, 30대의 시간을 아이들에게 전념했지.

 아이들이 너무 엄마만 바라보는 것이 다소 겁나기도 했어. 엄마의 좁은 세계관만 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엄마의 생각이 모두 맞는 것도 아니니까 아이들에게 주변도 보고 멀리 넓게 보라고 말해주었고, 아빠와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했어.







 나는 맏며느리로 시댁에 종속된 느낌으로 사는 것에 점점 지쳐갔고, 한없이 가라앉을 때였지.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아이들을 위해서는 내가 없어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들었지. 그때의  심정을 단편 소설에서 만나기도 했어. 문진영의 《내 할머니의 모든 것》은 나의 인생 소설이야. 그 할머니처럼 혼자 살고 싶었거든. 그 할머니가 왜 그랬는지 너무나도 그 심정을 알 것 같더라고.  



 큰아이와 학습 부분에서 의견 차이가 생기면서 더욱 힘들어졌고.

 나는 학창 시절 성실했고, 순전히 암기로 내신 1등급을 달성했거든. 그런 내가 '요즘 아이'의 공부에 관여한다는 것이 우습더라고. 수학경시대회 본선 진출을 하던 큰아이라서 내심 기대가 컸어. 그래서 갑자기 급한 마음에 강하게 푸시를 했더랬어. 보드게임 등을 하면서 잘 놀아주던 엄마가 갑자기 공부모드로 바뀐 거지. 큰아이는 전혀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는데.








 벌써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큰아이는 학원도 안 다니고, 그저 학교나 다니면서 집에서 게임하고 노는 아이가 되었지. 우리는 기다려주었어. 물론 나는 그사이 가족합의하에 독립을 했고. 고교생 아이들이 엄마를 놓아준 셈이지. 아이들은 독립을 빨리 배워서 밥도 잘 차려먹고 설거지까지 해. 나는 사회적인 커리어 대신 아이들과 탄탄한 애정과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해. 



 사교육비 제로, 게임만 하던 큰아이는 내신도 던졌고. 그래도 나는 믿었어. 될놈될이라고. 다행히 내신보다 모의수능점수가 더 좋아. 수능 국어 91점 나왔어. 수학은 아직 공부진도도 다 못 나갔고. 여전히 학원도 안 다니고 놀면서 조금씩 공부를 해.

 서로의 빈자리는 느껴지겠지만, 함께 지낸 시간만큼이나 믿음은 쌓였고, 서로 어디에 있든 부모자식이라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는 느낌이야.

 9월, 도시락을 싸면서 나는 엄마역할을 하고, 우리는 오랜만에 완전체 가족이 되었지.  빼고 다 행복해 보였는데 나에게도 내가 이룬 가족이 있구나 하는 느낌정도. 내년에는 큰아이가 나와 같이 지낼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정도. 







 나는 지금 남편 월급으로 사는 주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커리어가 탄탄한 전문직 여성도 아니야. 그래도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내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아.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을 사랑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한 남자를 사랑했고,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는 아이들이 전부였지. 이제는 나를 사랑하려고.

 최근에 만난 남편, 편했어. 안쓰럽고. 우리의 인연, 언젠가 갈라질까? 



 맏며느리의 당연한 노동에서 해방되어 내 힘으로 살아가는 삶을 살기까지 무수한 고개를 넘어왔겠지. 서로를 믿어준 가족의 힘이 가장 크겠고. 내 힘으로 이룬 것들도 칭찬해주고 싶어.

 

 추석 연휴 잘 보내자. 이만 안녕. 편지를 마칠게.




가성비 좋은 일체형 보온도시락, 구매링크 원하시는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밥, 국, 반찬 그릇은 2개, 총 4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글·사진 ⓒ별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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