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randing 꽃으로 쓰담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꽃 집이 아니라 꽃으로 치유해 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냥 3층에 위치한 불편한 꽃 집이잖아.'
그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거야.
꽃을 좋아해서 꽃 집에서 꽃을 사보고, 꽃 집에서 알바를 해보고, 꽃 집을 운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야 느껴지는 것들에 대한 나만의 생각이자 사유의 흔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꽃을 왜 좋아하고, 선물하는 걸까?'
꽃 집에서는 소비자에게 꽃에 대한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있을까?
꽃으로 쓰담의 운영방식도 그렇고, 대부분의 꽃 집에서는 꽃에 대한 경험을 느껴보기 어렵다.
*우선, 꽃 집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입장에서 경험을 토대로 본인만의 문제 인식에 대한 생각인 점을 명시한다.
종종 다른 꽃 집에서 꽃을 산다. 손님이자 사장의 입장으로서 느낀 점들이다.
[손님 분들이 제일 많이 하시는 말씀]
Q. 제가 꽃을 잘 몰라서.. 알아서 해주세요.
Q. 여기에 어떤 꽃을 넣으면 어울릴까요?
Q. -상황에 선물할 건데, 어떤 꽃을 넣으면 좋을까요?
손님들이 꽃을 잘 모르는 게 당연한데도, 꽃 집에 가면 작아진다. (반대로 꽃을 잘 안다는 건 무엇일까?) 딱히 생각이 없는데, 질문만 하는 플로리스트와의 거리감이 생긴다.
'어떤 색감, 가격, 무슨 꽃으로 해드릴까요?' 대답이 막힌다.
혹은 알아서 고를 때까지 옆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
내가 꽃 집을 운영하기 전, 완전 소비자의 입장에서 꽃을 사러 갈 때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예쁜 꽃 중에서 뭘 골라야할지도 모르겠고, 뭐가 조화로울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가격이 제일 고민이다. 얼마인지 한송이씩 계속 물어볼 수도 없다.
그 중에 눈에 띈 한 종류를 고른다. 이 꽃 넣어서 3만원정도로 맞춰주세요.
꽃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꽃을 고르는 것이 부담이 됐다. 더 나아가서는 꽃 집에 방문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어떤 꽃을 골라야 할지 몰라서 알아서 해달라고 맡기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우리 가게에도 손님들이 종종 '알아서 예쁘게 해 주세요.'라고 주문을 던져주실 때가 있다. 전에는 까다롭지 않은 주문이라 생각해서 마냥 편하게 느꼈다. 종종 인스타그램에서 '알아서 예쁘게 해 주세요 라는 주문하면 더 예쁜 이유'라는 제목의 릴스가 보일 때가 있다. 그때는 '네 맘 내 맘이 군.. 훗:)'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제는 그 말이 마냥 반갑지 않다. 특별한 취향을 갖고 오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왜 꽃을 선물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의미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들 들었다.
대부분 플로리스트 분들의 창업 동기를 들어보면, ‘꽃이 좋아서, 꽃이 힐링되어서’라는 답변을 한다. 나 또한 그렇다. 물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그 느낌을 고객에게 전달은 되겠지만, 고객도 꽃을 통해 치유받는다는 느낌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까지의 행동을 테이프 감듯 돌려보니 정작 꽃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플로리스트뿐이다.
‘꽃은 힐링이에요. 모두 꽃 사세요~'라는 주장을 홍보하기보다는 ‘왜 꽃이 좋은지’를 직접 경험하여 납득할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비자들에게는 그런 경험을 할 기회가 없었다.
경매권을 가진 저가 꽃 집과 고가의 꽃을 다루는 고급 꽃 집은 있다. 물론 동네 꽃 집 별로 가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비슷하게 미니 다발(35,000)/기본 다발 (50,000)/큰 다발(70,000~)로 구성되어 있다. 꽃꽂이 원데이 클래스는 (100,000~150,000)으로 일회성으로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도 있겠다.
경매권을 갖거나 가격 자체를 독단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고객이 알아서 가격 설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최근 플라워마켓을 콘셉트로 한 꽃 집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플로리스트가 골라준 것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꽃을 고르고, 만질 수 있고 정해진 가격 없이 마음대로 가격대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