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엄마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내가 다 겪을 일인데, 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지?'
후회해도 내가 하는 거고,
잘못돼도 내가 책임질 내 삶인데,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말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엄마아빠의 말일지라도 말이다.
내가 살고 겪을, 내 인생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일들을- 인생에서 꽤 중요했던 결정들까지도- 혼자 판단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고민한 뒤, 결정을 내리고 나서야 그 사실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좋게 말하면, 누군가를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온 삶일 테고,
달리 보면, 지독하게도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늘 서운해했다.
왜 함께 고민하지 않고, 항상 혼자 결정해서 통보하듯 말하느냐고.
그땐 그 말들이 잔소리로만 들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나는 잔소리를 듣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에 더 가까워졌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 말들이 상대에 대한 진한 애정 없이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말들이었다는 걸.
요즘은 어른들이 말을 아끼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예전보다 그들이 틀려서도 아니고, 할 말이 없어서도 아닌데 말이다.
그저, 그 말이 ‘꼰대의 말’로 분류될까 봐
한 번 더 삼키는 것이다.
잔소리는 결코 즉흥적인 배설이 아니다.
상대의 기색을 살피고, 단어의 온도를 재고,
가장 아프지 않으면서도 깊이 박힐,
그 정확한 순간을 기다려야만
비로소 꺼낼 수 있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른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들이
너무 쉽게 ‘꼰대의 말’로 치부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 분위기에 맞추듯
어른들은 점점 말을 아끼게 되고,
그것이 쿨한 태도인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이 조금은 씁쓸하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 나이가 되었다.
이 나이가 되어보니, '그때 어른들의 조언을 받아들였으면 좀 덜 돌아왔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다.
물론, 그럼에도-
살면서 내가 겪어온 그 시행착오들이 결국 나의 큰 자산들이 되었음을 안다.
다만, 뒤늦게나마 깨우치고 이제부터라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며,
취할 것을 취하고 보니,
내 인생의 톱니바퀴들이 더 잘 맞아 돌아가는 것 같긴 하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조각들이, 하나의 작은 연결고리를 찾아 끼워넣으니 서로 잘 맞물리게 되었달까.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10대 아이들에게 잔소리는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듣기 싫은 말일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참고 참으며....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린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과거 경험을 반추하며 나의 시행착오들 , 노하우를 공유한다.
지금 내가 하는 말들이 한 귀로 들어가 다른 귀로 흘러나와버릴지라도.
내 마음이 닿아, 언젠가 '아~!' 하며 그들의 마음에 가 닿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며.
잔소리는, 참 많은 관심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언젠간 알게 되겠지.
누군가를 위해 내 귀한 에너지를 기꺼이 태우는 일.
그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건네는 말이 누군가에겐 훗날 톱니바퀴를 맞추는 작은 열쇠가 되길 바라며,
이것이 꼰대라면, 나는 기꺼이 꼰대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