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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결혼도, 출산도 안 하는 요즘애들

by Jessmin

90년생이 온다, MZ 세대등을 비판. 풍자하는 영상이나 밈이 많다.

이러한 풍조는 지난 X세대에 대한 비난과 걱정이 난무하던

"이르케 입으면 기부니 조크든요."의 밈을 만든 90년대 뉴스만 봐도

하루 이틀 지속 된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조부모 세대는 그들의 자식 세대를

그 자식 세대는 우리 세대를

또 우리 세대는 그 아래 세대를

끊임없이 서로를 이해 못 하는 굴레에 살아간다.


그들이 키워낸 산물이란 것은 잊은 채 말이다.




본격적으로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세대.

소위 말해, 요즘 것 들, MZ세대 말이다.

기성세대는 이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오순도순 이 행복한 것을 안 하려 드는 요즘 것들이 그저 나약해 보이는 듯하다.


우리는 왜 그럴까?


간단한 이치다.


덜 불리할 거란 판단이 들어서.


우리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 최초로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이다.

그나마 적당히 살아가기 위해선 손실을 최대한 피해야 만한다.



결혼과 출산이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이 안쓰러운 생각은

보고 자란 것이, 나의 부모가, 또는 내 아이가 자랄 환경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서일 수 있다.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수한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결혼과 출산이 선택의 영역이 된 세대에겐

No결혼, No 출산이 보다 행복하기 위한(손실이 적은) 결정이었음을 미루어본다.



내 자식이 결혼도 출산도 포기 선언을 한다면

윽박지르기보다 조용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자.


5060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이 선택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할 때 되면 해야 하는 과제였다.

여성이 커리어를 지속하기 어려웠던 환경 속에서 그들은 남편의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을 하루하루 참아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이혼할 용기가 없었고, 아이들 때문에 참는다며 다독였다.



“엄마, 엄마는 왜 26살에 결혼했어? 대학원도 가고 싶었다면서.”


“그때부터 할아버지가 시집 얘기를 시작하셨고, 대학교에서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이 슬슬 결혼하기 시작해서 위기의식이 느껴졌어.”


“그냥 혼자 살 생각은 안 해봤어?”


“그 당시엔 그런 옵션이 있다고 생각조차 못했어. 그리고 할아버지가 하도 자식을 쥐 잡듯이 잡으니까 결혼하면 자유가 생길 거라 생각하고 하나의 도피처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결혼하니까 자유가 생겼어?”


“자유는 무슨, 시집살이라는 덫에 걸렸지. 나이 들고 보니까 내 나이에도 결혼 안 하고 잘 산 사람들도 꽤나 많더라고. 그런 거 보면 나때도 열려있는 사람들이 있었어. 내가 몰랐던 것뿐이지. “


그녀는 자식에게 결혼을 해라 말아라 하지 않았다.

그저 선택권을 주고 존중했다.

좋은 사람과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출산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엄마, 최근에 출산 한 언니가 결혼은 안 해도 아기는 꼭 낳으래.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한창 예쁠 때라 그래. 자녀가 생긴 다는 건 큰 기쁨이야. 근데 우리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아."


"무슨 말이야?"


"세상이 변해서, 아이를 낳으면 30살까지는 뒷바라지한다고 생각하고 낳아야 해.

아이가 심리적 육체적으로 온전하고 행복하기 위해선 부모인생은 없어도 된다의 각오가 필요하단 얘기야.

그렇지 않으면 아이에겐 어떤 식으로든 결핍이 피어나거든. 결핍이 있는 어른의 삶은 고돼."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달았다.

자신의 부모로 인해 피어난 못난 결핍을 본인 자녀들에겐 심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다방면으로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삶이 좋다가도 쉽지 않은 일이라, 내가 사랑하는 내 자식은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는 것을.


그렇게 평생 피부터 등골까지 다 퍼주고 나니 그녀에게 남은 것은

노년에도 열심히 살아내야 하는, 안 아픈 구석이 없는, 무수한 세월만이 남았다.

그 삶도 쨍하게 빛나던 때가 있었으나, 무수히 남은 세월은 누가 뭐래도 현실이다.


보람보단 현실적 생각이 앞선다.


대한민국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끊이질 않는다.

나의 생각은 '행복한 사람만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행복한 어른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의 희생, 스스로의 노력, 환경 무엇 하나도 따라주지 않는다면

온전히 행복한 어른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우리 세대 역시도 누군가가 키워낸 그 산물이다.

보고 자란 것이, 또 현재 보고 있는 것이 행복과 안정을 줄 때만이 손해를 감당해 볼 용기를 안겨준다.

여유 없이 살아간 윗세대를 보고 자란 우리 세대가 진정으로 온전해질 때

그 안정 속에서 다음 세대의 도약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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