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트프리트 하인리히의 꿈'
1.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마음의 상태와 그러한 상태의 원인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어떤 사람의 현재 기분이 울적한데 그 원인이 좋아하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라는 식으로 파악하는 것이 곧 이해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상태에 대한 기술, 원인에 대한 추측은 정확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음은 볼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아는 것을 토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한다. '아는 것'이란 결국 내 마음이다.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이 같거나 유사할 것이라 가정하고 가설을 세워보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은 대체로 적절하다.
하지만 '서로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는 가정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라면, 당연하게도 이 접근이 잘 맞아떨어질 리 없다.
2.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통계적으로 보면 서로 비슷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평범'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페인 작가 자우메 카브레는 자신의 소설 '고트프리트 하인리히의 꿈'에서 평범하지 않은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의 마음을 전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어렵고 기이하게 비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고트프리트 하인리히는 현대 이상심리학적 개념을 적용했을 때 지적장애, 혹은 자폐스펙트럼장애 등으로 진단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야기는 그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의 아버지는 저명한 작곡가였다. 고트프리트는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기는커녕 기괴하게만 들리는 선율을 집요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년에 이른 고트프리트의 아버지는 자신의 생명이 식어간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고트프리트가 집요하게 연주하던 기괴한 선율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는 그 선율을 기반으로 하는 연주곡을 작곡하는 데 전념한다. 그의 제자인 카스파어는 스승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작곡을 도왔지만, 너무나도 기괴한 선율과 화성에 기겁하고 만다.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쏟아내어 작곡을 마무리한 고트프리트의 아버지는 제자에게 그 곡을 잘 보관해 주기를 당부하고 생을 마감한다. 제자인 카스파어는 그런 기괴한 곡이 스승의 마지막 곡으로 남는다는 것이 몹시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아픈 몸을 이끌고 작곡을 하도록 내버려 두어 스승의 병세를 악화시킨 것에 대해 스승의 가족들이 비난할 것이 두려워, 그 곡을 몰래 불태워 버린다.
3.
고트프리트의 내적 세계는 평범함에서 너무 벗어나 있었다. 아버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내적 세계가 표현될 때 두려움과 괴로움, 혐오감을 느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바라는 것을 표현했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기괴한 무언가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도 비슷한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질적인 감각을 인식하면서도 고트프리트의 내적 세계를 향해 뛰어든다. 누구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나아가 그 세계를 더 풍성하게 완성하기 위해... 아마도 그 원동력은 사랑이었을 것이다.
고트프리트 아버지의 행위에 대한 타인의 인식은 카스파어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고트프리트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그의 숭고한 노력은 결코 아름답게 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기괴함으로 자신의 삶을 더럽히고, 자신을 사랑하고 따랐던 사람들을 저버리는 것처럼 인식된 것이다.
고트프리트의 아버지도 이 사실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곡을 완성한다.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을 아들의 세계를 인정하고, 그가 바라는 꿈을 이뤄주기로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고귀함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삶의 모습을 만들고 지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내적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동참하려는 시도와 노력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세계가 아무리 이상하고 기괴한 것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