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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

나의 이름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작년 이맘때쯤 나는 창밖을 자주 쳐다보았다. 햇살이 뜨겁게 비춰올 때도 비가 올 때도 밖을 내다보았다. 책이라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 언제쯤이었을까, 조금씩 창밖을 내다보는 날들이 줄어들었다. 책 쓰기가 얼추 적응이 되어서 빠른 속도로 매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날 일어난 상황들이 그림처럼 그려졌고, 그것을 글로 옮겨내기만 하면 되었다. 덕분에 책을 읽은 지인들은 술술 읽힌다고 말해주었다. 책을 판매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도 했지만 여러 상황들을 극복해 가며 출판의 과정을 지나왔다. 울고 웃으며 순간순간을 넘겨왔다.


책이 출간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궁금하고 기대됐다. 책을 내며 북토크를 하기도 하고 강연의 기회를 만나는 작가들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아무 일이 없는 듯했다. 그게 나였다. 같이 공부해 온 분들과의 모임에서 줌을 통해 북토크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것 외에는 책을 통한 기회를 만나지는 못했다. 때문에 스스로 나의 길을 만들어가야 했다. 책을 판매하기 위해 홍보를 해보기도 했지만, 출판사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았다. 초보작가로서 출판시장의 흐름과 현실을 파악해 가는 중이었다. 수익에 대한 기대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책을 내고도 잠잠할 수 있을까 싶어 실망감이 있기도 했지만, 그런 마음조차 내려놓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혼자서 홍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했다. 부모님께 요청을 해보기도 했지만 혼자서 발버둥 치는 느낌이었고, 이렇게 해서는 아무런 효과도 없겠다 싶었다. 출판사도 기대를 내려놓았겠지만 말이다.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글쓰기뿐이었다. 실력이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그저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겼다. 책이라는 결과물을 내고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가장 감사하게 된 것은 글을 쓰게 된 것이었다.


재능이 있든 없든 무작정 시작된 글쓰기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만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것 자체로 내 일상이 달라졌다.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려다 보니 부지런해져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을 배웅하며 내 하루가 시작되었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등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루틴에 맞추어 해내었다. 이 모든 행동들이 글을 쓰기 위함이었다. 셋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노트북 앞에 앉을 수 있었다.


글을 쓰며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했다.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 가야 하니 소재를 정하는 데 있어서 외적인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쓰지 못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생각 끝에 도달한 하나의 사실은, 나는 '엄마'라는 것이다. 내 글을 읽을 특정 대상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로서의 자질 향상 외에도 엄마로서의 자각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작가들이 많이 있고 그들의 일상이나 생각, 자기 계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하기도 하지만, 나 자신만이 전할 수 있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같은 엄마이지만, 또 다른 시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글의 세계라는 건 누군가의 생각이자 상상이기에 사유의 결과물은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거라는 결론을 맺게 됐다. 당장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일 테지만 꾸준한 쓰기의 힘은 가히 폭발적일 것이다.


특히 글쓰기가 의미 있는 이유는, 경제적 이익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엄마이자 주부로서 아이들을 케어하며 집안일을 돌보고 있다. 직장에 다니며 노동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지 않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기한에 맞추어 원고를 내는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순수하게 나만의 의지로 같은 시간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합평도 하지 않아 평가를 직접적으로 받을 일이 없다. 글이 잘 써지고 못 써지고는 오로지 나만의 감각으로 알 뿐이다. 소통이 되고 있는지 안되고 있는지 그 느낌을 알아차린다.


글을 공개된 곳에 올리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읽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또한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시간 내어 읽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에, 자신만의 의지로 글을 쓰는 분들의 심정이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써야 할까, 왜 이리 반응이 없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우리는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만의 글을 모아두는 이 시간들이 귀하게 여겨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글을 쓰지 않으면 어떠한 결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가치관과 생활이 모두 다른 우리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만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는 여전히 웅크리고 있을 테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 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된 것 같은 반가움과 설렘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써내려 간다.




우연히 이루어진 어린이집 엄마들과의 만남에서 한 엄마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용기를 내어 말했다.

"놀고 싶어요. 다음에도 이렇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무엇을 하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주로 소파에 앉아 있다고 했다. 리모컨을 누르며 티브이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볼 것이 없으면 티브이를 끄고 핸드폰을 본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엄마들이 공감하는 듯 나도 그렇다고,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엄마들이 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솔직한 엄마들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울렸다.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에 나는 어떤 조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나의 말에 엄마들은, 각자 가끔 책을 펼쳐들기는 하지만 한 장을 넘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동안 엄마들과 독서모임을 하며 책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는데 생각 외로 관심이 있는 엄마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책을 펼쳐든 적이 있다는 말에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시간을 내어 천천히 엄마들과 인연을 만들어가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그녀들의 마음 한구석에 희망과 기쁨이라는 보물을 심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조언도 하지 않고 내 생각만을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한 사람에 대해서, 그 간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누며 함께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행복하다면 그것으로도 나는 무척 기쁠 것이다.


다음에는 누구 엄마로 부르지 않고, 각자의 이름을 불러보려고 한다.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의 만남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나'라는 한 사람의 가치를 알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작가님들께 ⸜❤︎⸝‍


우중충한 날씨이지만 작가님들 마음만은 따뜻한 햇빛으로 가득하기를 바라봅니다. 덕분에 날씨는 많이 덥지 않고 약간은 선선한 듯합니다. 작가님들의 오늘의 마음 날씨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작가님들께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작가님들은 어떤 작가가 되기를 바라시나요? 오늘도 행복하고 편안한 하루 되셨으면 좋겠네요!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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