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기적, 나의 가족

Oct 26. 2025

다툼과 싸움이 잦았던 남편과 나 사이에 조금씩 평화가 찾아들기 시작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의 세월 동안 남편과 나는 서로를 알아가며 조금씩 서로에게 맞추어 갔다. 여전히 서툴고 부족한 면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내 마음의 변화이다. 진짜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내 가정이고, 희생과 사랑은 결코 손해 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이곳, 여기에 있게 해 주었다.

삶이라는 선택지 앞에서 나는 혼자일 수 없고, 혼자여서도 안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행복하기 위해서 선택한 결혼이었지만 혼자이기를 원할 때가 많았고, 책임을 벗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진정한 행복은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나 자신을 내려놓기 위해 노력했다. 바라만 봐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은 혼자 인내하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남편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한 생명의 탄생은 내가 살아갈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 주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너무 중요했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내 가족이고 내 남편이니 무조건 내편인 줄 알았다. 같은 뜻을 가지고 한 곳을 바라보며 사랑만 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바보였다. 사랑이 이렇게 어려운 줄 이제야 알았다.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습관으로 부딪치며 죽도록 이해 못 할 것처럼 미워하고 또 미워했다. 그랬던 우리가 큰 파도를 넘기고 잔잔한 하루를 맞이하며 새롭게 사랑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지만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한 발짝 한 발짝 힘겨운 걸음을 하기도 하고 빠르게 걷고 뛰며 서로의 속도에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명언이 있다. '사람은 안 변해'. 신혼 초 남편에게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그 말을 남편의 입을 통해 복기하고 있다. 남편이 원하는 대로 집안이 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을 때마다 남편이 하는 말이다.

깔끔하고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남편은 약간의 무질서함에도 아무렇지 않은 나를 보며 답답해했다. 빠릿빠릿하지 않고 눈치 없어 보이는 듯한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알아서 눈치껏 행동하길 바랐던 남편은 자신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미리 맞추었으면 하는 것으로 보였다. 치약을 앞부분에서 짜는 것부터 놓은 자리가 제자리인 것까지, 사소하다 생각되는 것에 화를 내었다. 이와 반대로 정리해야 될 것을 제때 하지 못할 때도 있는 나는, 남편 눈에 거슬리는 것을 그때그때 치우지 않아 남편의 화를 돋우곤 했다.

"왜 화내기 전에 못하는 거야?" 화내지 말라는 나의 말에 남편은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반문했다. "하려고 했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치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정리에 소질이 없는 나지만, 계속된 남편의 지적에 속이 상해 언제부턴가 남편이 바라는 대로 해보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때부터일까? 필요 없는 옷과 물건들을 조금씩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힘들지 않게 되었고, 비운자리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내 마음에도 여유가 찾아들었다.

남편과 다툼이 잦았을 때는 알지 못했던 사랑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며 서로에 대한 확신을 키워나갔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함께 만든 우리라는 것을 깨달으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알아갔다. 남편과 세 아이가 내 인생에 기적처럼 느껴지면서 감사함이 가득 차올랐다. 회복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관계가 풀려가고 사랑으로 맺은 남편과 나 사이가 소중하게 다가왔다. 이제야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