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장조림
간단한 장을 보러 슈퍼에 들렀다.
곤약이 가지런히 줄지어 나를 반기고 있다.
곤약의 반기는 에너지와 반대로 나는 살까 말까 망설인다.
분명 아이들이 장조림을 하면 잘 먹는다는 것은 알지만 메추리알 까는 것이 항상 나를 망설이게 만든다. 잠시 망설이다 곤약 하나랑 메추리알 3판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아이들 먹성에 한솥을 끓여도 두끼면 끝이다.
인내의 메추리알까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정육점에 고기를 사러 간다.
엄마가 장을 보러간 것을 아는 막내는 검수에 들어간다.
메추리알을 보자 반갑게 장조림한다며 기뻐 날뛴다. 그것을 보고 해주고 싶지 않은 엄마는 없을 것이다. ‘고민 할 것도 없었어! 잘 사왔네!’ 내 마음에서 잘했다고 급칭찬을 한다. 항상 표현을 잘 해주는 아들이 고맙다.
고기를 불에 앉히자, 삶아놓은 메추리알 까기를 막내가 도와준다고 나선다. 계란과는 다르게 잘 부서지니 “왜 난 잘 안까지지?”라며 부서진 메추리알을 입으로 가져간다. 온전한 메추리알을 먹기에는 미안했는지 부러 못까는 척하는 것도 귀엽다. 맛을 보고는 미련없이 손 털고 일어난다. 웃음을 주고 가는 못 말리는 막내다.
한참 끓고 있는 소고기를 건져내고 소고기 육수의 기름을 제거해낸다. 고기를 다듬고 있으니 또 막내가 다가온다. 귀신같이 고기 냄새를 맡고 등장한 것이다. 막내의 마음을 알기에 고기를 입에 쏙 넣어준다. 아기참새처럼 받아먹고 간다.
그렇게 입가심을 했어도 좋아하는 반찬이 있으니 또 식탁에 바싹 붙어 앉아서 밥을 맛있게 먹는다. 이름만 소고기 장조림이지 여러재료를 넣었기에 각자의 입맛대로 골라 먹는다.
나랑 신랑은 꽈리고추, 큰아들은 소고기랑 메추리, 딸은 곤약, 막내는 소고기이다.
각자의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고 또 넉넉하게 장조림이있다는 것을 알아선지 막내가 욕심부리지 않고 누나 밥 위에 곤약을 올려준다.
서로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자기 것 말고는 관심이 없다는 것도 알고, 각자 좋아하는 것만 먹으면 되니 별 경쟁 구도가 없다. 그래서 서로에게 너그러워진다.
너그러움은 잉여에서 온다.
많이 있다는 것에서, 또 서로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에서 막내는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누나에게도 마음을 전한다.
진정으로 가진 것만 줄 수 있다. 불행한 사람들은 자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희생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신이 가지지 않은 것은 줄 수 없다"는 것이 법칙이다. 둘의 관계를 돌이켜 보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부족분이 있을때 남매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사소한 장조림의 잉여에서 오는 너그러운 마음이 행동에 작은 변화를 주었다.
너그러움의 시작 잉여.
잉여는
누나가 좋아하는 곤약을 밥위에 올려주게 만든다.
누나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덩달아 막내도 마음이 춤추고 있음을 느낀다.
개인의 너그러움이 마음의 행복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그 에너지가 행동이 되게 만든다.
에너지를 받은 상대도 기분이 좋아진다.
주변의 모든 에너지들이 좋은 방향으로 길을 낸다.
행복 별 것 없다.
자신에게 있는 것을 나누고 또 많이 돌아온 것은 마땅히 나누는 습관이 행복을 만든다.
그렇게 돌고 도는 나눔이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