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한 코

-조화-

by 지음

얼굴 중앙에 있는 코.

중앙에서 얼굴의 방점을 찍는 곳이다.

책을 읽다가 한 문구에서 나의 과거가 생각이 난다.


모든 종류의 사물들은 모두 그 자신의 독특한 형태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형태는 사람들에 의해 시인(是認)되고 기타 종류의 사물들의 미(美)와는 다른 그 자신만의 독특한 미(美)를 가지고 있다. (중략)

얼굴의 각 부분의 아름다움은, 다른 각종 추한 외형(外形)들로부터 똑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중간(中間: middle)에 존재한다. (중략) 아름다운 코는 이 모든 극단(極端)의 한가운데 있는 일종의 중간(中間)이며, 이 중간(즉, 표준)과 어느 한 극단에 위치하는 것과의 차이는 극단들 서로 간의 차이보다 작다. 이 중간의 형태는 조물주가 한 종류의 사물 전부에게 부여하려고 겨냥했던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러나 조물주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중간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였으므로 그것에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주 1)


코 수술을 하고 싶었던 몇십 년 전의 내가 생각이 난다.

너무 하고 싶어서 집에 말도 안 하고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수술 당장 하자고 했다. 근데 평생 수술한 코로 살아야 하는데 한 곳에서만 진단을 받고 하기에는 조금 두려웠다. 그래서 다른 성형외과도 상담을 받으러 갔다.


갓 수술하고 나온 복장으로 상담하러 들어오셨다.

거울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왔냐고 물었다.

어디서 그런 당돌한 말이 생각이 났는지.

“어디를 고치면 되겠어요?”

선생님은 조금 당황해하시면서 이리저리 보시더니 다 비율이 잘 맞다고 하셨다.

코에 대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코가 동글동글해서 자칫 긴 얼굴이 노안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잘 잡아준다고 다시 설명을 해주신다.

“저 코수술하러 왔는데요~”

“얼굴형도 긴데 코도 길어져서 나이 들어 보일 텐데요~”

진심으로 설명해 주셔서 한 번에 마음이 싹 접혔다.

하고 싶어서 안달이다가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초고속으로 접히는 내 마음이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코성형도 유행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중앙이라 더 잘 보이기에 만족을 못하고 재수술을 한다고 한다.


조물주가 주신 얼굴의 모양새. 중앙에서 조금씩 어긋나고 질서 없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또 조화를 이루게 만들어 주셨다. 그렇게 각자의 얼굴에 독특한 미(美)를 살려주셨다.


삶에서도 딱 중간은 있겠지만 그 중간에서 약간 비켜났어도 그것이 현재 내 삶을 흐름에 맞게 가는 것이라면 그렇게 가는 것이 옳게 가는 것이라 믿는다. 지금도 약간의 기웃둥하는 느낌이 있지만 잘 조율하면서 나아가는 중이다.


수술을 하냐 안 하냐의 선택의 기로 앞에서 취한 선택이 잘한 선택이라며 그때의 선택에 힘을 실어준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책을 읽을 때 훅훅 들어온다. 그때 발맞춰서 조금 더 깊이 사유하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또 여기까지임을 알고 중간을 맞춰 나간다. 나아가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도 요즘은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재미가 더 넓게 더 깊게 내려가는 날도 곧 오지 않을까?



주1> 도덕감정론, 애덤스미스, 비봉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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