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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중세철학

by Rebecca
방황하는 영혼에서 신의 철학자가 되기까지 – 아우구스티누스 이야기



먼 옛날, 지금의 북아프리카 땅에 아우구스티누스라는 똑똑하고 반항적인 소년이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매일 기도하는 경건한 그리스도인이었고, 아버지는 신에 무관심한 현실주의자였죠. 어린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머니의 기도보다는 세상의 지식과 쾌락, 그리고 ‘말 잘하는 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는 영혼의 굶주림을, 책과 여자와 말장난으로 채우려 했다.”

훗날 그가 회고록 『고백록』에서 남긴 이 말은 그의 청춘을 잘 요약해줍니다.


그는 젊은 시절 로마로, 그리고 밀라노로 건너가 학문을 연구하고 수사학(웅변술)을 가르쳤습니다. 머리는 좋았지만 마음은 늘 텅 비어 있었죠.



"왜 사는 걸까?"


라는 질문이 늘 마음속에 맴돌았던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에서 홀로 앉아있던 그에게 한 아이의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Tolle lege, tolle lege)”

무심코 옆에 놓인 성경을 펼쳤고, 그 한 구절이 그의 삶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오랜 방황을 끝내고 신을 받아들였습니다. 그토록 반대하던 어머니의 믿음이, 결국 그의 믿음이 되었습니다. 그는 그 길로 세례를 받고, 재산을 나누고, 교회의 종이 되어 평생을 신과 철학, 공동체에 바치게 됩니다.


그가 죽기 직전, 로마 제국은 바야흐로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로마는 무너질 수 있지만, 신의 도성은 영원하다.”





고백록
눈물의 철학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방탕하고 자만하며 세상 그 무엇으로도 공허한 가슴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는 사랑을 갈구했고, 지식을 탐닉했고, 명예를 좇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무너졌습니다. 모든 것을 가져보았지만, 영혼은 텅 빈 껍데기처럼 느껴졌죠.


그는 자기 인생을 책으로 쓰기 시작합니다. 단 한 사람에게 고백하듯이—그 대상은 바로 신(God)이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고백록(Confessiones)입니다.


책은 철학서도, 신학서도 아닌 기도문이자 자서전, 참회의 연대기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책에서 자신의 성적 방탕, 거짓된 추구, 이단 사상에 빠졌던 청춘, 그리고 돌아오기까지의 치열한 내면 전쟁을 진솔하게 고백합니다.


가장 유명한 문장은 이 한 줄입니다.

“주님, 당신을 위하여 우리를 지으셨으므로, 우리의 마음은 당신 안에서 쉬기까지 안식이 없습니다.”
(Fecisti nos ad te, et inquietum est cor nostrum donec requiescat in te.)


세상 무엇도 안식이 되지 않는다는 그의 고백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영혼에게 울림을 줍니다.






성녀 모니카 – 눈물로 아들을 구한 어머니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 이야기는, 사실 그의 어머니 없이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모니카(Monica). 평생을 기도하는 여인이었습니다.


아들이 신을 외면하고, 방탕에 빠지고, 이단을 따를 때에도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내 아들이 살아 있는 한, 그는 반드시 진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모니카는 눈물로 기도했고, 그의 곁을 지켰으며, 심지어 로마까지 아들을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밀라노의 한 성당에서 아들은 눈물로 신을 만납니다. 그토록 바라던 순간을 본 모니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누구보다 평안했을 것입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미련이 없습니다.”
그녀는 죽기 전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의 인내가, 한 위대한 철학자의 탄생을 이끈 것입니다.




신의 도성 – 무너지는 제국 속에서 쓴 영원의 이야기


410년, 로마 제국이 게르만족에게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절망했습니다. 기독교가 로마를 망쳤다고 비난하기 시작했죠. 그때 아우구스티누스는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22권에 이르는 대작 신의 도성(De Civitate Dei)을 씁니다.


이 책은 단지 신학을 위한 글이 아니라, 역사와 권력, 사랑과 정의, 시간과 영원에 대한 근원적인 사유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세상의 도성은 무너질 수 있으나, 신의 도성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세속의 도성은 자기 사랑이 신을 무시하게 만든다.

신의 도성은 신을 사랑함으로 자신을 비워낸다.


신의 도성은 중세 기독교 세계관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했고, 중세 전역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단지 신앙을 말한 것이 아니라, 영원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해석한 최초의 철학자였습니다.




중세 철학_ 아우구스티누스


중세 철학은 하늘과 땅, 신과 인간, 믿음과 이성의 관계를 탐구한 시대였습니다. 그 중심에서 길을 연 사람이 바로 아우구스티누스입니다. 플라톤 철학과 기독교 신앙을 접목시킨 그는, 단순히 “믿어라”라고 말하지 않고, 왜 믿는지 사유하라고 말했습니다.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Credo ut intelligam)”
“믿기 위해 이해한다(Intelligo ut credam)”


이 두 문장은 그의 철학이 신앙과 이성의 다리를 놓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다리는 훗날 아퀴나스, 안셈, 보에티우스 등으로 이어지며 중세 스콜라 철학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는 중세 철학의 문을 열었고, 중세 천 년의 사유는 그의 발자취 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시대를 꿰뚫은 영혼의 작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이성을 넘어선 신앙, 세상의 끝에서 본 영원, 눈물 속에서 피어난 철학의 사람입니다. 그는 신을 찾는 인간의 내면을 누구보다 깊이 들여다보았고, 세상의 모든 헛됨 속에서도 진리의 길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 그가 남긴 글을 읽으며, 자신의 방황이 끝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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