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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와 장자, 인간을 말하다

유학과 도가의 깊은 울림

by Rebecca

오늘은 유학과 도가의 철학적 대화를 통해 인간 본성과 삶의 지혜를 탐구하는 책, '맹자와 장자, 인간을 말하다' (정병석 저, 철학과현실사)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맹자의 성선설장자의 자연주의를 비교하며, 두 철학자의 사상이 현대인의 삶에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지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 이를 잃는 것은 외부의 욕망 때문이다." – 맹자의 성선설을 대표하는 말

"하늘과 땅 사이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것이 참된 삶이다." – 장자의 자연주의가 담긴 구절로,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역설



작가 정병석 : 철학으로 세상을 품다

정병석 교수는 한국 철학계에서 동양철학, 특히 유학과 도가 연구로 깊은 족적을 남긴 학자입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동양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여러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며 후학을 양성해왔습니다. 그의 학문 여정은 동양철학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맹자와 장자의 사상을 통해 현대인의 삶에 실천적 지혜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철학의 뿌리를 찾아서


맹자(孟子, 기원전 372~기원전 289): 성선설의 전파자

맹자는 중국 전국시대(기원전 475~기원전 221)의 철학자로, 공자 이후 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인물입니다. 그는 제나라(오늘날의 산둥성) 추나라(鄒)에서 태어났습니다. 정확한 출생 연도는 기록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기원전 372년경으로 추정됩니다. 맹자는 어린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교육에 헌신적이었습니다.


맹자는 공자의 제자 자사의 문하에서 유학을 공부하며, 공자의 도덕철학을 깊이 탐구했습니다. 그는 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제나라, 송나라, 양나라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군주들에게 왕도정치(仁政)를 설파했습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며,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네 가지 덕목이 사람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군주들은 그의 이상적인 정치철학보다 현실적인 패도(覇道)를 선호했고, 맹자는 끝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말년에는 제자들과 함께 『맹자』를 편찬하며 자신의 사상을 정리했습니다. 이 책은 후에 유학의 4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맹자는 기원전 289년경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사상은 성리학의 발전과 동아시아 철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맹자의 삶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철학자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장자(莊子, 기원전 369~기원전 286): 자연의 노래를 읊은 철학자

장자는 전국시대 말기의 도가 철학자로, 노자와 함께 도가 사상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는 송나라(오늘날의 허난성) 몽현(蒙縣)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장주(莊周)입니다. 그의 출생 연도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기원전 369년경으로 추정됩니다. 장자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일생을 관직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습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는 초나라 왕이 내린 고위 관직을 거절하고 “나는 진흙 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거북이가 되고 싶다”며 소박한 삶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장자는 도가의 핵심 사상인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만물제齊(萬物齊)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철학은 『장자』라는 책에 담겼으며, 이 책은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호접지몽(胡蝶之夢)’과 같은 우화는 존재와 현실의 경계를 묻는 철학적 통찰로 유명합니다.


장자는 학문적 논쟁보다는 은둔과 명상에 가까운 삶을 살았으며, 그의 사상은 문학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기원전 286년경 세상을 떠났지만, 『장자』는 도가뿐 아니라 불교, 문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장자의 삶은 세속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와 자연을 노래한 철학자의 초상입니다.




맹자와 장자의 철학적 대화

맹자의 성선설: 선한 마음의 씨앗

이야기는 전국시대의 혼란 속, 맹자가 한 마을에 들어서며 시작됩니다. 백성들은 전쟁과 빈곤으로 고통받고, 지배자는 백성을 돌보지 않습니다. 맹자는 마을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한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는가?”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구하겠습니다!”라고 답합니다. 맹자는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그 마음이 바로 너희 본성의 선함이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성선설은 모든 사람이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네 가지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욕망과 외부 환경은 이 씨앗을 가릴 수 있기에, 그는 덕을 키우는 교육과 왕도정치를 통해 선한 본성을 꽃피워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책은 맹자의 정치철학을 통해, 리더가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 진정한 통치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장자의 자연주의: 나비의 꿈

이야기는 장자가 강가에 앉아 나비와 함께 춤추는 꿈을 꾸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깨어난 장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립니다. “내가 나비였던가, 나비가 나였던가?” 그의 호접지몽은 존재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장자는 도가의 핵심 사상인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합니다. 그는 인간이 욕망과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물고기가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듯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책은 장자의 ‘무위자연’과 ‘만물제齊’ 사상을 통해, 현대인이 경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찾는 법을 탐구합니다.



유학과 도가의 만남

저자는 맹자와 장자가 가상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 두 철학의 차이를 생동감 있게 그립니다. 맹자는 “인간은 도덕과 책임으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장자는 “그런 규범이 오히려 인간을 속박한다”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두 사상가는 인간의 본질을 깊이 고민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맹자는 사회적 책임을, 장자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며, 각기 다른 길로 인간의 행복을 모색합니다.

책은 이 대화를 통해 유학과 도가가 상호보완적임을 보여줍니다. 맹자의 실천적 윤리는 현대 사회의 리더십과 공동체 정신에, 장자의 자유로운 사고는 개인의 창의성과 내면의 평화에 영감을 줍니다.






정병석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맹자와 장자의 사상이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에 깊은 통찰을 줄 수 있는 지혜임을 전합니다. 맹자의 성선설은 우리에게 타인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책임을, 장자의 자연주의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법을 일깨웁니다. 이 둘은 마치 삶의 양 날개와 같아, 균형을 이루며 우리를 더 풍요로운 삶으로 이끌어줍니다.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맹자의 따뜻한 손길은 우리를 타인과 연결해주고, 장자의 자유로운 바람은 우리를 하늘로 띄워줍니다. 이 책은 두 철학자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할지 스스로 묻고 답하게 합니다.




맹자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선한 마음의 씨앗을 가지고 있지만, 바쁜 일상은 그 씨앗을 가립니다. 이 책은 맹자의 성선설을 통해 타인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공동체를 위해 작은 실천을 시작하라고 속삭입니다. 동시에 장자의 자연주의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너무 애쓰지 마라. 너 자신을 사랑하며, 자연스럽게 흐르라.

맹자의 윤리적 책임감은 우리가 더 나은 리더, 더 따뜻한 이웃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장자의 자유로운 사고는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게 해줍니다. 이 책은 삶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다가와 줄 것 같습니다. 맹자와 장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본다면, 우리는 분명 삶의 새로운 빛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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