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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 의심하되, 길을 잃지 마라_데카르트

나만의 '나침반'

by Rebecca

: 르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Discours de la méthode)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Je pense, donc je suis)

“명확히 참이라고 인식되지 않은 것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가 속한 사회의 법과 관습, 그리고 신앙을 따르며 온건한 태도를 유지하자.”


데카르트 '방법서설' – “의심은 나의 습관이자 무기였다”




1637년, 한 철학자가 조용히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그는 그 책을 라틴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썼습니다. 당시로선 꽤 파격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왜일까요?


당시 라틴어는 학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프랑스어는 평범한 사람들도 읽을 수 있는 언어였습니다.

데카르트는 위험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기에, 일부러 “내 이야기는 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던 겁니다.


그 책이 바로 방법서설입니다.



1596년 프랑스의 작은 마을 라 에이에서 태어난 르네 데카르트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또래들이 들판을 뛰어다닐 때, 집 안에서 책을 파고들었죠.

10살 무렵 예수회 학교에 들어간 그는, 세상의 지식이란 게 다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그의 마음 속에는 이런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세 가지 꿈

1619년 어느 가을밤, 독일의 한 숙소. 데카르트는 이상한 꿈을 연달아 꿉니다.


첫 번째 꿈에서 그는 거센 바람에 휩쓸려 어두운 길을 헤매고,

두 번째 꿈에서는 무서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며,

세 번째 꿈에서야 책과 진리의 상징을 발견합니다.


그는 이 꿈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수학의 명확함으로 모든 학문을 재건하라.”


이때부터 데카르트의 인생 방향이 완전히 정해졌습니다.



갈릴레오 소식, 그리고 침묵

1633년, 데카르트는 '세계론'을 세상에 내놓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해 여름, 충격적인 소식이 도착합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이었죠.

직접 재판을 본 건 아니었지만, 데카르트는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았습니다.

그는 원고를 서랍 깊숙이 넣어둡니다.

이건 두려움이자, 동시에 살아남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방법서설은 6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제1부 – 숲 속에서 길을 잃다

그는 기존 학문을 ‘끝없는 미로’에 비유합니다. 어디가 출구인지 알 수 없는 숲 속을 떠도는 기분이죠.

제2부 – 이성의 나침반

네 가지 규칙을 꺼냅니다.

명확히 참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말 것

문제를 잘게 쪼갤 것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으로 갈 것

빠짐없이 검토할 것

제3부 – 임시 도덕 준칙

흔들리는 길 위에서 그가 세운 네 가지 생활 원칙

내가 속한 사회의 법과 관습을 따르고, 신념을 쉽게 버리지 않으며, 스스로를 다스린다는 것,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직업을 잘 선택할 것

제4부 –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제5부 – 기계론적 세계

그는 인간과 동물의 몸을 ‘정교한 기계’로 설명합니다. 단,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다고 주장하죠.

제6부 – 미래를 향한 약속

과학이 인류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 믿으며, 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둡니다.



1649년, 스웨덴 크리스티나 여왕이 데카르트를 초청합니다.

하지만 새벽 5시에 강의를 해야 하는 혹독한 일정과 북유럽의 추위는, 병약했던 그의 몸을 버티지 못하게 했습니다.

1650년 2월 11일, 그는 스톡홀름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통적으로는 ‘폐렴’이라 알려졌지만, 일부 학자들은 ‘비소 중독설’도 제기합니다.



방법서설은 17세기의 책이지만, 그 핵심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명확히 참이 아닌 건 받아들이지 말라.”

자신을 잃을 때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했지만, 그 의심 속에서 자기 자신을 더 확실히 붙잡았습니다.

결국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의심하되, 길을 잃지 마라. 너만의 나침반을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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