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다.
벨기에의 브리헤(Brugge)는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다. 북유럽의 베네치아라고 불릴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 브리헤는 운하가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어, 운하 투어가 매우 인기 있다.
12년 전, 나는 블로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만의 블로그를 예쁘게 꾸미기 위해 고민 끝에 인터넷으로 '유럽의 예쁜 사진'을 인터넷에 검색했고, 그중 나와 잘 맞는 분위기의 사진을 골랐다. 그대로 사용하면 안 되니, 포토샵프로그램을 사용해 그 사진을 그림으로 변형시켜 블로그의 메인 이미지로 썼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여러 사진 중 골라낸 것이었을 뿐이다.
블로그를 만든 후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라스트 홀리데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체코 프라하로 떠나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 영화의 배경 체코 프라하가 나의 마음에 와닿았고, 그 후로 나는 언젠가 프라하에 가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일 때문에 유럽에 가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체코 프라하에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 동행했던 일행 중 한 명이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앱을 통해 근교투어를 제안했고, 그곳은 '체스키크룸로프'라는 곳이었다. 그분은 그곳의 사진을 찾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오고 싶었던 곳은 '프라하'인데 나의 마음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곳으로 이끌렸다. 들어본 적도, 알지도 못했던 장소였다. 내 마음의 강한 이끌림으로 모든 일행을 설득해 결국 그곳에 다녀왔다. 그곳은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익숙한 듯 편암함까지 느끼며 '체스키크룸로프'근교투어의 만족감을 얻고 많은 사진과 함께 돌아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사용하던 컴퓨터를 중고로 판매하기 위해 디스크를 정리하던 중, 블로그 메인 이미지로 사용했던 사진의 캡쳐본을 우연히 발견했다. 무심코 지웠다가 문득 기억을 조각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한순간에 맞춰졌다. 휴지통에서 다시 그 사진을 꺼내 보니, 내가 체스키크룸로프에서 찍은 사진과 정확히 일치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아, 이게 바로 끌어당김이라는 거구나.'
생각이 이토록 강력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말로만 들었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사람들이 '아무 생각이나 하고 살면 안 된다.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다.'라고 너도나도 이야기하는 이유를 비로소 납득했다. 내가 무심코 올린 사진은 운명처럼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비전보드'를 만들어 붙여놓는 사람들과 '내가 원하는 것을 하루 백번 백일동안 쓰는 것' 그리고 내가 20대부터 나도 모르게 해 왔던 '꿈노트 만들기'이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원리였다.
'내가 생각하면 이루어진다.'
생각만 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것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면 나의 뇌를 자극하고 행동을 해야 한다.
1. 생각하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2. 생각한 것을 구체적으로 적고 사진이나 그림으로 그린다.
3. 매일 다시 적거나 적어놓은 것을 마음에 새긴다.
4. 오늘 내가 원하는 방향을 위한 한 가지를 해라.
5. 이루어진다.
아무 의미 없는 사진의 장소가 나를 끌어당겼다고 확신한 나는 브리헤와 베네치아 사진을 당시 일기장처럼 사용 중이던 카카오스토리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블로그는 매일 썼고 매일 그 사진을 내가 나의 눈에 나도 모르게 각인하였지만 카카오스토리는 한번 작성하면 흘려보내게 된다. 매일 본 사진은 빠르게 나에게 다가왔다.
무언가를 얻고 싶고 이루고 싶다면 정말 매일매일 떠올리고 생각하고 그 사진을 보는 것이 그 방향으로 나를 끌어갈 힘을 주는 것 같다. 스스로 얻은 힘이 가장 큰 힘이라 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오늘을 산다면 무엇이든 다 이루어낼 수 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던 중 지인이 브리헤를 추천했고, 그 말을 듣고 브리헤를 검색해 보니 내가 올려둔 사진들이 보였다. 그중에는 '벨기에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브리헤의 이미지도 있었다. 그 글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카카오스토리에 한 번 올린 브리헤와 베네치아사진은 나에게 운명처럼 빠르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 가봐야겠다는 결정은 빠르게 내릴 수 있었다. 이번 사진은 내가 직접 운명으로 만들었다.
운명이란 무엇일까? 나는 대부분의 운명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 운명을 만들고 싶은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번 여행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운명이다.
암스테르담에서 픽스버스(고속버스)를 타고 4시간 후면 벨기에 브리헤로 이동할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우리 둘 뿐이라는 두려움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긴장감이 좀 풀린 후의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도시에서의 첫 느낌은 포근하고 아늑했다. 도시적이고 화려했던 암스테르담의 위엄과는 달리 벨기에 브리헤는 작고 아담한 마을 같은 기분을 주는 곳이었다. 우리는 포근한 기분의 브리헤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숙소 체크인 시간이 아직 남아있어서 숙소 주변의 맛집을 검색했다.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브런치레스토랑을 찾았다. 한국이 한국을 도와야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곳은 참 팬시한 레스토랑이었다.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사람들이 좋아하고 붐비는 곳. 한국인의 힘을 타국에서 느끼는 것이 또 새로운 기분을 준다.
연말이나 특별한 날에 유럽지역을 예약한다면 브랜드호텔을 추천한다. 연말 유럽숙소를 미리 예약했지만 한 번은 호텔사정으로 취소. 그리고 한 번은 숙소예약이 확정되어 있는데도 입실을 거부받았다. 예약이 없다며 쫓겨나듯 나와야 했다. 내가 미리 예약했기 때문에 당시 연말의 숙소금액보다 많이 저렴한 금액이어서 이런 대응을 한 것 같았다. 벨기에 호텔에서 두 번이나 이런 잇슈가 있었다는 것은 확률상 높은 일에 속한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유명 호텔의 취소는 거의 없었고 작은 호텔이나 혹은 에어비엔비 같은 숙소에서 취소가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당일에 입실을 거부받은 숙소는 내가 빅키와 1월 1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예약한 숙소여서 매우 기대가 큰 곳이었다.
그 후에 컴플레인을 했지만 별다른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연말 유럽 숙소에 불만은 조금 있었지만 브리헤의 첫 번째 숙소는 또 가고 싶은 아름다운 숙소였다.
하위저 디 마너(Huyze Die Maene) : Markt 17, Bruges, 벨기에, 8000
https://maps.app.goo.gl/Hq5sYwivzB9qDxKJ8
별도의 룸이 2개
침대가 있는 넓은 거실
화장실 1, 화장실과 욕실 1
158,000원
오래된 숙소이지만 고급스러운 오래된 숙소로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가장 저렴한 숙소였다. 추천!
벨기에 숙소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넓고 넓은 숙소를 한참 이리보고 저리 보다가 창밖을 봤다. 벨기에의 흔한 광장이 보이는데 야경이 정말 예뻤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각기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특히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는 작은 마켓들이 더욱 그 도시만의 개성을 살려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프리마켓처럼 소소한 물건들이 즐비하고, 맛있는 먹거리와 다양한 술들이 빠지지 않는 풍경은 겨울밤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럽은 여름이라고 말하지만, 뱅쇼나 맥주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 찬 밤거리는 브리헤 특유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다. 유럽의 겨울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이런 크리스마스 문화 덕분에 더 깊이 와닿는 것 같다. 야경과 함께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유럽여행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연말이라 버스가 무료라고 적혀있었다. 첫 느낌부터 정감있는 곳. 브리헤.
숙소로 가기 전 시간이 여유로워서 방문했던 브리헤 브런치 식당.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브런치 레스토랑이었다. 줄 서서 먹는 사람들은 보니 레스토랑 주인이라도 된 듯 마음이 들떴다.
처음 벨기에 가서 맛본 와플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맛있다. 브리헤는 아이스크림도 맛집!
3박 4일의 브뤼헤 일정은 한 금발남자의 입실거부로 2박 3일로 아쉽게 마무리되었다. 유럽 숙소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니 주의하면 좋겠다. 빅키는 숙소호스트인 금발남자와 이야기하면서 당황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겁이 던 모양이다. 빅키는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나? 괜찮아~ 엄마가 당황한 척해서 놀랐어? 연기한 거야. 이런 일이 종종 있을거라고 하더라. 따뜻한 코코아 마시면서 다른 숙소 예약할게~ 그런데 브리헤는 이제 충분히 본 것 같아. 브뤼셀로 이동하면 어때?"
"나는 좋아!"
우리는 그 길로 기차를 예약하고 브뤼셀로 떠났다. 운이 좋게 브뤼셀 숙소의 연박이 가능했다.
브뤼셀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