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의 <Tell Me>
몸이 먼저 안다. 파#-미-파#. 이 세 음이 귀에 닿는 순간, 손은 이미 뒷짐을 지고 있다. 아마 입가에는 '아니 이걸 또 춰야 돼?' 하는 미소가 번지면서, 스케이트를 타듯 상체가 좌우로 움직일 준비까지 마쳤을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몸이 절로 반응하는 음악. 앞서 유재하가 단 몇 초의 전주로 감정을 열었다면, ‘Tell Me’(이하 텔미)는 음 세 개로 몸을 연다.
그야말로 '이 노래 모르면 한국 사람 아님' 수준의 히트. 박진영 프로듀서가 텔미 춤이 불현듯 떠올라 카메라를 켜고 그 자리에서 촬영해 보냈다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지금도 회자된다. 미래의 결말을 알고 있는 이들 입장에서, 그 영상은 전설의 시작처럼 보인다.당시 'UCC 열풍'을 타고 텔미 열풍은 들불처럼 번졌다. 어린 마음에도 나는 저 영상엔 절대 나가지 않을 거라는 결의를 다졌던 기억이 난다.
2007년의 가요 씬을 떠올려보면 그 맥락이 더 선명해진다. SG워너비, 씨야, 성시경 — 묵직하고 텁텁한 팝 발라드가 차트를 점령하고 있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R&B, FT아일랜드의 밴드 사운드가 그 사이를 채웠지만, 씬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느리고 진한 쪽이었다. 그 사이로 뽕끼 어린 디스코 복고풍의 걸그룹 노래가 치고 들어온 것이다. 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당시 씬의 무게추와 정반대 지점을 공략한 선택이었다.
이 곡이 왜 전국민을 움직였는가. 좋은 노래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다. 텔미에는 발매 당시부터 '중독성 강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중독성은 곡의 구조와 짜임새에서 오고, '왜 입에 붙는가'는 멜로디에서 온다. 그래서 멜로디를 파고들었다. 이 곡에서 흔히 말하는 '뽕끼'는 어디에서 오는가.
뽕이란 무엇인가. 뽕끼라는 말은 뽕짝, 즉 트로트를 속되게 이르는 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구성진 음색과 바이브레이션, 고음에서 섞이는 콧소리, 애절하고 통속적인 멜로디. 그리고 과거에 대한 짙은 향수. 내 의지와 무관하게 어릴 적부터 생활 속에서 들어온 음악들은 평생 한 사람의 청각에 각인된다. 관광지에서, TV 프로그램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노랫소리에서. 그렇게 스며든 음악적 감각이 전국민의 귀를 동시에 건드린 셈이다. 조선의 민요부터 트로트를 거쳐 무의식에 쌓인 5음의 감각. 텔미는 그 켜켜이 쌓인 층을 정확히 건드렸다.
텔미에 뽕끼가 담긴 이유는 음계에 있다. 전주의 신시사이저 소리가 그렇듯, 이 곡은 파#단조로 시작한다. 버금딸림화음과 딸림화음을 차례로 펼쳐 보이며 단조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 뒤, Verse의 멜로디로 진입한다. "너도 날 좋아할 줄은 몰랐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에 쓰인 음들을 추려보면 파#, 솔#, 라, 시, 도#, 미 — 사실상 펜타토닉에 솔#이 더해진 6음 구조다. 그리고 훅에서는 파#, 솔#, 라, 시, 도# 중심의 온전한 5음 구조로 좁혀진다.
이 펜타토닉이 뽕끼의 첫 번째 키워드다. 국악은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솔라도레미, 바로 그 5음 음계를 따른다. 도부터 시까지 7음에 익숙한 귀가 5음의 음악을 만날 때 느끼는 색다른 감각 — 그것이 뽕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 Verse를 듣다가 훅으로 넘어가는 순간 미묘하게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바로 이 음의 밀도 차이에서 온다.
두 번째 키워드는 꺾임이다. 텔미의 핵심 음형은 표기상 '파#-파#'의 단일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듣는 것은 '파#-미-파#'다. '텔미'가 아니라 '테엘미'. 이 '미' 하나가 만드는 효과는 작지 않다. 어린아이가 무언가를 조르는 듯한 그 앙탈의 떨림. 국악에서는 이것을 꺾임이라 부른다.
이 곡이 단조인 만큼 국악의 시각으로 보면 계면조에 해당한다. 국악에서 밝고 평온한 쪽이 평조라면, 슬프고 애절한 쪽이 계면조다. 계면조의 결정적 특징은 특정 음에서 꺾어 내리는 방식에 있다. 이 꺾임이 한(恨)과 비애의 정서를 만든다. 우리가 "구슬프다"고 느끼는 국악 선율은 대부분 계면조다. 진도아리랑이 그 전형이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특유의 꺾어 내리는 그 소리. 흰 천을 손에 끼고 너울너울 추는 춤이 절로 떠오르는 바로 그것.
텔미의 훅 '파#-미-파#'은 바로 그 계면조의 꺾임 감각을 건드린다. 위에서 아래로 꺾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움직임이 서양 팝의 멜로디 진행과는 결이 다르고, 한국인의 귀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그래서 텔미가 서양 팝 문법으로 만들어진 곡이면서도 한국적으로 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박진영은 이 음의 모양을 춤으로 정확히 옮겼다. 뒷짐을 지고 상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흔들었다가 돌아오는 동작 — '파#-미-파#'의 궤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음과 몸이 하나가 되는 순간, 전국민이 움직인 것이다.
텔미의 그 감각은 2007년에서 끝나지 않았다. 15년 뒤, 한 프로듀서가 수년간 연구해온 '뽕'을 정면으로 내세운 앨범을 발표한다. 250의 <뽕> 앨범이다. 이후 뽕 음악의 원조 이박사도 재소환되어 재조명받았다. 뽕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한국인의 귀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