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음이 선택한 것들, 선택하지 않은 것들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2026

by 이예진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2026년 2월 26일. © 한국대중음악상 / Melon

시상식이 끝났다. 할 말이 많은 밤이었다. 키라라의 수상을 먼저 축하한다. 몇 년째 노미네이트만 되고 있다는 말이 돌 만큼, 그 긴장감을 알고 있었다. 수상 소감에서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직접 발화하는 순간이 있었다. "말해도 되나요?"라며. 공동체, 평범, 다수와 같은 단어들에 집착하는 이 나라에서, 그 발화가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말하지 않아야 할 단어란 없다. 그것이 한 인간이 타고난 것이라면 더더욱 판단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지하고, 다시 한 번 축하한다.


말해도 되나요. — 키라라,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수상 소감 중 © 한국대중음악상 / Melon

권나무의 포크 노래와 음반 수상도 반가웠다. 권나무는 실제 국어 교사다. 처음 들었을 때 '옛날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 교단에서 바라봤던 선생님의 연약한 이면을, 성인이 되어 솔직하게 들어보는 시간 같은 묘한 감정. 시골길을 걸으며 풀잎을 바라보는 것 같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편안한 감각. 2025년에 이렇게 우직한 외길을 걷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Gray by Silver와 추다혜차지스의 수상 소감에서는 세계관이라는 말의 무게를 다시 생각했다. 직접 자연을 체험하고, 굿을 겪어내며 쓴 음악의 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 들리는 것으로 '나'로 서있기 위해 뮤지션들은 음악을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임미정과 말로. 지금도 클럽 공연 중이라 멤버들이 무대에 오지 못했다는 말로의 말에서, 이태원과 홍대의 재즈 클럽 무대들이 드리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재즈는 즉흥과 호흡이다. 그 생생한 현재로서의 재즈를 응원한다.


헤비니스 부문의 반은 '신촌'이라는 씬을 언급했다. 자신들의 얘기뿐 아니라 씬을 함께하는 동료 밴드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이들은 연대하고 있다.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다.


식케이와 릴모쉬핏은 노래와 음반 두 부문을 석권했다. 릴모쉬핏은 프로듀서 그룹 그루비룸의 휘민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프로듀서에게도 한대음의 인정이란 받고 싶은 무언가였구나. "이거 한대음 되는 거다?"라고 했다던 그 swag이 현실이 됐다.


발군은 우희준이었다.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노래를 석권했다. 음악과 가사, 기타가 한 덩어리가 되어 그녀의 뇌와 동기화되는 느낌. 그녀의 삶 속으로,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자기 얘기를 하고 그 표현 방식이 동시에 매력적인, 그야말로 아티스트의 등장이었다.

“보편적이지 않다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 우희준, 올해의 신인 수상 소감 중. © 한국대중음악상 / Melon

한로로의 수상.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본인이 "부족한 거 안다"며 눈물을 흘리는데, 그 말이 오히려 마음을 건드렸다. 부족함을 알면서도 끝까지 내놓는 것, 그것도 용기라는 걸. 그녀가 음악씬에 새로운 아이콘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올해의 음악인 수상을 긍정하고 응원한다.


그런데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록 음반 부문이다. 이승윤은 작년에만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록 노래, 최우수 모던록 노래 세 부문을 가져갔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수상작은 기존 수록곡을 펑크 스타일로 재해석한 싱글이다. 새로 쓰인 곡이 아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새 곡을 써낸 아티스트들이 무수히 많은데, 그 중에서 리메이크·싱글컷된 음원이 록 부문을 가져가야 했는가. 딱 '펜타포트 사운드'랄까. 한국 록의 중심이라는 어떤 사운드에 대한 집착. 록은 유독 새로운 조류나 신인에 대해 박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케이팝 부문도 마찬가지다. 전년도 시상자도, 금년 수상자도 불참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케이팝이 차지하는 지분과 파급력은 실로 대단한데, 시상식에서 가장 빠르게 스킵되는 부문이 됐다. 그것을 납득해야 하는 심정이 유쾌하지 않다. 이것은 언더독 마인드일 것이다. 그러나 그 감정을 완전히 떨쳐내기가 어렵다.


에피와 NMIXX. 다수 부문 노미네이트만으로도 그 의의는 분명 있었다.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직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 둘이 공유하는 것이 있다면,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움'의 조류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새로움이 공식적인 인정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유독 느리다는 느낌. 그 시간차가 답답하다. 한국 음악 팬으로서.


음악 바깥의 것들이 판단에 스며드는 순간이 있는 건 아닐까. 예컨대 씬 안에서의 존재감, 쌓아온 네트워크 같은 것들. 그것이 수상의 결정적 이유가 된다고 단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런 배경이 전혀 없는, 혼자 모든 것을 해온 신인 아티스트가 인정받는 길이 얼마나 좁은가를, 어젯밤 다시 생각했다.

박수치는 사람, 가만히 보는 사람. 이 공간에 있던 사람들. © 한국대중음악상 / Melon

그래도 신인들에게 창작지원금이 주어지는 부분은 감사한 일이다. 한 해 차이로 지원에서 비껴간 산만한시선에게도 은총이 있기를. 언급되지 않은 수많은 좋은 아티스트들을 위해, 좀 더 열심히 떠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2025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결과
올해의 음악인 — 한로로
올해의 음반 — 추다혜차지스
올해의 노래 — 이찬혁
올해의 신인 — 우희준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 멜키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 키라라
최우수 포크 노래 — 권나무
최우수 포크 음반 — 권나무
최우수 글로벌 컨템퍼러리 — Gray by Silver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 추다혜차지스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 윤다혜
최우수 랩&힙합 노래 — 식케이&릴 모쉬핏
최우수 랩&힙합 음반 — 식케이&릴 모쉬핏
최우수 재즈 연주 음반 — 임미정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 말로
최우수 케이팝 노래 — 제니
최우수 케이팝 음반 — 제니
최우수 팝 노래 — 이찬혁
최우수 팝 음반 — 이찬혁
최우수 헤비니스 음반 — 반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노래 — 우희준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음반 — 신인류
최우수 록 노래 — 이승윤
최우수 록 음반 — 와와와, 놀이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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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projectjin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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