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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Aug 17. 2023

매브니를 하겠다고?

우리가족에 많은 변화가 예고되었다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고 2학년이 되다 보니 아빠로서 아들 군대문제가 걱정되었다. 예전 우리 때를 생각해 보면 군대 갔다 와야 공부를 한다든지, 사람이 된다든지 하면서 당연히 대학 2학년 마치고 군대를 가는 것이 상식처럼 되었었다. 물론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현실도피의 성격도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국내로 돌아온 엄마와 고등생인 딸은 적응을 하느라 그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가끔씩 올라오는 아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친구들과 모여 집에서 게임하는 것이 자주 보여 아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더욱 군대를 보낼 생각이 간절해졌다.



방학이 되자 드디어 아들이 왔다. 잔소리 한 보따리를 준비하고는 헛기침을 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듬직해진 아들이 자기가 먼저 의젓하게 내놓은 첫 일성이 매브니(MAVNI)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매브니?

미군에서 외국어 특기자 혹은 의료분야 전문가 자격과 현역 또는 예비역으로 외국인을 모병하고 입대와 동시에 미국 시민권을 주는 제도이다. 주로 학교를 갓 졸업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며 합법적인 신분으로 미국에 2년 이상 거주한 대상자가 해당된다.

 깜짝 놀랐다. 미군에 입대를 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인데 한국인이 한국군을 안 가고 미군을 간다고 그리고 또 할아버지께 집안 장손으로 미국인이 되겠다는 충격적인 말을 뭐라 설명해야 하는지가 혼란으로 걱정이 컸다. 우선 아들이 매브니란 것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그간 어쩔 수 없는 지원의 배경과 자신의 앞날의 계획을 듣고 나니 아들이 든든해 보였다.


성인으로서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책임진다는 미국식 사고가 강하게 발로 하는 지점이었다 물론 이것이 때때로 잘못 쓰여 집안에서 트러블을 만들 때도 있지만 진작에 사회적 독립을 한다는 것은 매우 기특했다.


할아버지께서도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려운 일을 지원하겠다는데 뭐가 문제가 되냐시며 응원을 해주셨다. 그러고 나서 일사천리로 지원 프로세스를 따라갔다. 물론 비자서류 분실로 6개월을 미룬 것을 빼면 수월하게 진행되어 드디어 2016년 여름 사우스캐롤라이에 있는 포트잭슨 미육군 훈련소에 입소하였다.


틈틈이 훈련소에서 보내주는 페이스북 훈련 소식에 궁금한 아들 모습도 볼 수가 있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연일 살펴보았다. 솔직히 내가 보는 사진에는 마치 보이스카웃 대원들이 훈련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매우 진지했다고 한다. 아들의 의하면 훈련이 차수가 높아지면서 행동은 자율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아프면 쉬라 하고 하기 싫다면 또 쉬라 했다고 한다. 다만 수료는 여러 점수를 합산하여 미달되면 가차 없이 탈락시키는 책임과 의무가 확실한 인생 공부도 함께 시킨 것이다.



드디어 몇 주 후 기다리던 퇴소식에 포트잭슨 훈련소에 직접 참가 의사를 표하였더니 초청장이 날아왔다. 한국에서부터의 긴 여정으로 포트잭슨으로 가서 아들의 수료를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수료식 당일 아들을  시민권을 부여받는 몇 안 되는 사람의 특혜를 직접 지켜보았다. 수료식 행사는 아주 웅장하고 비장하게 연무 속 행진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로써 어쩌다 유학을 하여 미군 입대에 시민권까지 받고 나니 아들의 인생행로가 더욱 궁금해져 갔다. 더불어 어쩌다 가족유학을 시작한 우리로서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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